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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원 꽃나무

병원 원예수업 - 토피어리 만들기

by 숲배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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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원 꽃나무 만들기


병원 힐링 원예수업의 특징은

어렵지 않아야 한다는 것.

스트레스받지 않으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원예를 즐기실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50분 안에 마무리한다.


또 하나는 화사함이다.

병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밝고 환한 꽃으로

기분 전환 하실 수 있도록 기획한다.

그래서 꽃꽂이 수업을 자주 한다.


병원 원예수업은 신청을 받아서 진행하는 데

식물과 꽃을 좋아하시는 숲님들이 주로 오신다.

자주 뵙는 분들은

이미 다양한 꽃꽂이를 경험하셔서

기본적인 꽃 작업은 20분 안에 완성시기도 한다.


‘적당히 난이도가 높으면서

색다른 꽃꽂이가 있을까?’


핀터레스트에서 자료를 찾다가

꽃나무를 발견했다.

로코코 디자인을 좋아하시는 분의

따스한 집에 있을 법한 나무였다.

과정을 보니 화분에 플로럴폼을 넣고

나뭇가지를 꽂은 후

원형 플로럴폼을 고정해서

꽃을 꽂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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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도전적으로 즐기실 만하겠어!‘


나무에 열매가 맺혀있는 모습이면 어떨까?

작은 열매는 호랑가시나무, 천리향,

산사나무, 헥사, 남천나무로 하고

대체용으로 천일홍, 폼폰국화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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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피어리 Topiary ‘잠든 여인’


형태에 맞춰 식물 작업하는 방식을

'토피어리'라고 부른다.

베르사유 궁전의 잘 깎여진 나무들처럼

틀 안에 식물을 키운 후 잎을 다듬어

표면을 고르게 하거나

형태가 있는 플로럴 폼에

식물을 꽂아 장식한다.


힐링 플라워 트리 2.jpg soof 원예수업 ppt



꽃나무도 토피어리 기법으로 만든다.

자료를 찾다 보니 재밌는

토피어리 작품들이 많았다.

강아지, 춤추는 사람들, 주전자, 의자,

나무를 먹은 곰, 코끼리, 캐릭터 등등.



힐링 플라워 트리 3.jpg soof 원예수업 ppt


힐링 플라워 트리 4.jpg soof 원예수업 ppt



문득 지난 영국 정원여행에서 봤던

‘잠든 여인’ 이 떠올랐다.

콘월의 헬리건 가든에 있는

거대한 토피어리 작품이다.

철망에 진흙과 덩굴식물, 잔디로 만들어졌다.

1998년 콘월의 예술가 수 힐(Sue Hill)과

피트 힐(Pete Hill) 에 의해 완성된

숲 속의 여인이다.

현재도 헬리건 가든 숲에서

햇살을 받으며 편안히 누워있다.



1 포토 테라리움 액자QR 사진 (헬리건가든).JPG 콘월 헬리건 가든, 잠든 여인


1 포토 테라리움 액자(헬리건가든).JPG 영국 콘월 헬리건 가든, 잠든 여인




수업준비하기


아침 꽃시장에서 싱싱한 장미를

3천 원이나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가끔 너무 저렴하면 식물이 시들어 있기도 한데

이번 연분홍 장미는 꽃도 많고 향도 좋았다.

채도가 살짝 높은 핑크색이라

꽃나무를 화사하게 해 줄 것 같았다.

좋은 재료를 구하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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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플로럴폼에

동그란 모양으로 꽃을 꽂으려면

꽃 길이가 모두 같아야 형태 잡기가 좋다.

줄기를 길게 잘라 꽂으면

플로럴폼 안에서 서로 걸리기도 하고

빈 공간이 많아 보이기도 한다.

꽃부리부터 줄기까지

검지 손가락 보다 조금 더 길게 자르면

작은 원형 플로럴폼을 동그랗게 감쌀 수 있다.

큰 장미로 십자 모양 위치를 잡고

작은 장미로 사이사이를 꽂고

나머지 꽃으로 빈 공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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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라는 이름표가 쓰였던

천일홍은 빨간 열매 같아 보였다.

지난주보다 반값이 된 안개도

사이사이에 채워주니 꽃나무가 화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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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플로럴폼엔 꽃부리를 자르고 남은

줄기와 잎으로 채우기로 했다.

잎으로 채워지지 않는 여백엔

스칸디아모스를 얹어

플로럴폼이 보이지 않게 했다.

상상했던 이미지와 가까워졌다.






탁자 위 작은 정원 꽃나무


“어쩜 그렇게 풍성하게 만드셨어요?”


“진짜 작은 정원 같네요 “


숲님들은 서로의 꽃나무를 보며 감탄하셨다.



49토피어리 꽃나무 병원원예수업 숲체국 숲배달원.JPG 수업 후 사진 촬영 시간 :) 병원 1층 카페 앞에는 햇빛이 잘 들어서 사진이 화사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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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발달장애인 학부모님들과 함께 했던

리스 수업이 생각났다.


‘집에 가져가서 보면

내가 만든 리스가 제일 예뻐요’


어머님들의 마음을 다독여주었던

선생님의 문장이 떠올랐다.


병실 탁자 위에서,

어머님 댁 거실에서,

퇴원 후 귀가하는 내 방에서,

꽃나무가 모두를 웃음 짓게 해 드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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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원예사가 된 포토그래퍼
숲배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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