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사를 돕는 발달장애인들
가을 소국을 심는 날이다.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소국이 가을을 닮았다. 소국을 오랫동안 방법이 있다.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를 떼어주는 것이다. 봉오리가 많으면 영양분이 분산되어 꽃이 빨리 시들 수 있다.
"콩처럼 생긴 작은 봉오리 10개를 떼어주세요~"
"한 개, 두 개, 세 개…"
손이 빠른 햇살이는 초록이의 봉오리를 떼어주려 한다. 이날 초록이는 종일 청개구리 모드이다. 원예 수업이 재미없다며 집에 갈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시든 잎 정리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한 개, 두 개, 세 개, …”
“왼손으로도 떼어볼까?”
발달장애 원예 수업은 집중력, 인지력 향상을 위해 행동에 숫자 붙여 말한다. 평소 잘 쓰지 않은 손을 사용하도록 지도하기도 한다. 손이 빠른 햇살이가 벌써 화분을 다 정리하고 초록이를 지켜본다. 그리고 물어본다.
”내가 도와줄까? “
도움에 허락을 구하는 햇살이의 배려가 따듯하다. 초록이는 선생님에게만 청개구리였다. 햇살이 앞에선 순한 개구리다. 햇살이의 도움으로 소국심기를 완성했다.
기쁨님은 구름이를 보면 웃으신다. 구름이는 행동이 크고 선생님 손 잡는 걸 좋아한다. 덥다며 반팔만 입고 있다가 춥다며 점퍼를 입는다고 한다. 그런 구름이가 기쁨님은 재미있으신가 보다. 이날은 작은 쇼핑백 안에 플로럴폼을 넣고 미니 꽃가방을 만드는 날이었다. 꽃 가방이 되는 크라프트지 쇼핑백에 이름을 쓰고 스티커로 꾸미면 된다. 스마일, 금색 은색 하트 모양의 스티커를 나눠드렸다. 손잡이엔 하늘색 체크 리본을 묶어 장식할 계획이었다. 재료를 드릴 때마다 기쁨님은 구름이와 꽃순님을 챙기신다. 기쁨님은 살며니 스티커 하나, 리본 하나를 구름이와 꽃순님께 건내주신다. 구름이와 꽃순님은 꽃꽂이에 여념이 없다. 기쁨님 그저 흐뭇한 미소를 보이신다.
오늘 미소를 처음 만났다. 미소는 기쁜 마음을 크게 표현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이다. 미소는 화분에 흙을 담으며 친구 것봐야하고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해야 해서 바쁘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귀 기울여 모두 잘 듣는다. 초록이는 즐거운 미소 옆에 꼭 붙어 앉아 동갑내기 친구를 동생을 대하듯 잘 챙겨준다.
“이렇게 하면 돼 미소야~”
“이것 봐봐 미소야”
사려 깊고 따듯한 말로 미소를 도와준다.
“잘했어 미소야! 이렇게 하는 거야”
"하이파이브!"
미소는 초록이를 향한 고마움을 웃음으로 보답한다. 미소의 웃는 얼굴을 보면 초록이도 기분이 좋다.
이들은 서로를 돕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선생님이 되어주고 또 친구, 동생, 형, 누나, 오빠, 언니가 되어준다. 대가 없는 도움이 오가는 모습은 대가 속에서 살아가는 치료사의 마음을 돕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