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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나를 알지 못해 백전백패

by 빛날

병법서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不殆)이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가지 전투를 해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인데 적을 잘 파악하고도 정작 나를 알지 못해 다 이긴 게임 질 때가 있다. 적을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특히 빅데이터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사람이나 사물, 사건 등 원하는 자료를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다방면에서 알아보고 정보를 구한다.

사람은 사람과 관계를 통해 안다. 정치, 경제적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면서 그 사람의 정치, 경제적 사고를 알며, 음식을 먹으며 식성을 알고, 일을 맡았을 때 일 처리 능력을, 교통사고나 재난 피해의 돌발 상황에서 그 사람의 위기 대처능력을, 사람이 궁지에 몰렸을 때 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인품이나 성격을 알 수 있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약간의 대화로도 많은 것을 파악한다.

텔레비전 관찰 예능이 대세인데, 그 관찰 예능을 보는 사람들은 등장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지만 관찰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녹화된 장면을 나중에 화면을 통해 확인하고 자신의 모습에 웃기도 하고 낯 뜨거워하기도 한다. 매니저를 통해 연예인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전지적 참견 시점', 부하직원을 대하는 오너들의 관찰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혼자 사는 셀럽의 일상을 보는 '나 혼자 산다'를 예를 들어 보자. 주인공들은 녹화된 장면을 통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자각한다. 내가 아는 내가, 나 혼자만 아는 '나'일 수도 있다는 거다. 남들은 다 아는 나의 모습을 내가 알지 못해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즈니스에서나 패자가 된다.

중요한 점은 패자가 된 이후이다. 혹자는 패자가 된 이유를 남 탓으로 돌린다. 혹자는 바둑 기사가 복기를 두듯 자신이 패자가 된 상황을 되짚어가며 자신을 알아가며 스스로를 성장시킨다. 나를 정확하게 안다면 고난의 세상에서 이겨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수월하겠다. 하지만 자신을 알기 이전에, 상대방에게만 더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2020년 코로나가 세계를 덮친 그해, 나는 인생의 폭풍을 만나게 되었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쌓아 온 나의 성이 무너졌다. 나의 인생 설계에서 생각하지 못한 상황을 맞으면서 휘청거렸다. 사람을 원망도 하고 상황도 원망을 했다. 잠만 자고 싶었다. 눈이 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면제는 어떻게 구하나 싶기도 했다. 시간은 더디었고 며칠 동안 잠만 자는 사람도 있던데 습관이 무섭다고 아침마다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따박따박 눈도 떠졌다. 어찌 지났는지 모르는 1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2021년. 올해 나는 내가 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멈춤'을 선언한 거다. 나는 조금이라도 경제적 수입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몸을 고되게 만들어 잡념이 들지 않도록 해야 헸지만 내가 하던 일을 내려놓았다. 사람이나 사물을 볼 때 나름 관찰력이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였다. 어렸을 때 알게 된 성경말씀 중에 인상적으로 다가온 구절이 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

간혹 말싸움을 할 때 사람들에게 써먹었던 구절이다.

인생에서 폭풍을 만나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상대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나를 몰랐다. 내 성격이나 외모, 취향을 떠나 온전히 나를 알지 못한 거다. 상대만 관찰할 줄 알았지 내 안에 나를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으며 내 입으로, 나의 몸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나를 내가 인식하지 못했다. 상대를 관찰하는 잣대로 나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며 내면의 진짜 나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다른 태풍이 몰아쳐도 대처를 할 수 있을 테니. 일을 하다 보면 주변 상황에 끌려 다녀서 온전히 나를 만나기 어려웠다. 나의 몸과 마음에 쉼을 주고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서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나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고 교감하며 위로하기로 한다. 때로는 날카롭게 비판하고 객관적 시각으로 관찰하리라.


순탄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일들이 고구마 캐듯 줄줄이 일어날 때가 있다. 나를 온전히 알고 상대를 안다면 변수 많은 인생사에 파도 같은 일이 덮쳐도 지혜롭게 이겨나가리라 믿는다. 인생이 안 풀려 울고 있는 이가 있다면 바깥의 소리보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길......

그러면 어느 날 나와 당신은 반전의 시간을 맞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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