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중학생 딸은 화가 나거나 맘에 안 들면 개빡친다는 말을 한다.
특히 동생에게.
그래서 말했다.
"그게 화 낼 일인지? 정말 화가 났을 때와 차이가 나지 않으니 화의 크기를 말하는 게 어때?"
화가 나는 정도의 난이도를 표시하기 위해
화 1, 화 2, 화 3.....
혹은 화의 느낌이 전해지게 표현하라고 했다.
안경 너머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화가 나.
몸속 소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화가 나.
발가락이 라면처럼 꼬불꼬불 해 질 정도로 화가 나.
그랬더니 개빡쳐란 표현을 잘 안 쓰는 듯.
아마 '문장으로 만드는 게 더 귀찮아 안 쓰고 만다.'가 아닐까.
3년 전 휴대폰 메모장에 저장된 일기의 한 부분이다.
고2가 된 딸은 멋있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뒷 목 잡고 쓰러질 사춘기의 엄마로 살아가는 시기를 아이들과 함께 잘 지나왔다.
일기를 읽어주니
딸은 웃으면서 두 살 터울의 남동생과 서로 자신의 화가 더 크다는 걸 표현하며 화 1, 화 2, 화 3으로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한다.
그때는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질풍노도의 자기주장 강한 아이가 엄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실행해 줬다는 게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