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건지 아닌지 모르지만

괜찮을 리가

by 빛날

아빠의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사람들이 물었다.

"괜찮아?"

"괜찮은 건지 괜찮지 않은지 모르겠는데...."


아빠의 장례를 치른 지 70일이 지나간다.


며칠 전 스즈메의 문단속이란 영화를 보았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최고의 영화였고 '너의 이름을'의 영화도 사유하게 하는 영화였다.

훌륭한 감독의 작품이라 예매했지만 내용도 모르고 큰 기대도 없이 아이들과 영화관에 들어섰다.

순정만화처럼 잘생기고 예쁜 주인공에 흐뭇해하며 보기 시작했다. 영화의 3분의 2가 지나는 시간, 지루함을 살짝 느끼는데 영화가 끝나갈 즈음 엔딩 ost와 한 문장의 대사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대책 없이 쏟아진다.


나는 괜찮지 않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몰랐다.

예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친구들의 장례식에 가서 나도 걱정스러움을 담아 물었다.

"괜찮아?'

이 말이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지금 든다.

괜찮을 리가 있을까?

사이가 좋던 나쁘던 나를 이 땅에 창조해 주신 분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충격이다. 너무 큰 일이라 괜찮은지 괜찮지 않은지도 그 순간은 모른다.


일상으로 돌아와 잘 지내지만,

문득문득, 불현듯, 느닷없이, 뜬금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립다.


어젯밤에 아빠와 나눈 카톡의 글과 사진을 보았다.

70여 일 전에 대화가 멈추었다. 자전거 라이딩을 하며 멋진 포즈로 찍은 아빠의 프로필 사진은 여전하다.

자기 전에 살짝 눈물을 훔치고 아빠의 긍정 유전자를 발현하며 현재를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오늘 휴대폰에 새로운 카톡친구가 떴다 아빠의 카톡 프로필은 사라지고 아빠 번호에 낯선 이가 웃고 있다. 누군가 아빠의 번호를 사용하나 보다. 이젠 아빠와 나눈 카톡 사진도 내용도 볼 수 없다.

내가 무슨 일을 하던 응원하고 믿어주셨던 아빠의 글을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만 마음 아파하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직 눈물이 멈출 만큼 울지 못했다. 앞으로도 눈물이 나면 울 거다.

꺼이꺼이 소리 내서도 울 거고, 침묵 속에 눈물만 흘리기도 할 거다.

말없이 추억을 회상하기도 할 거고. 즐겁고 신나게 아빠 이야기도 할 거다.

이것이 내 애도의 방법이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나에게 꽂히는 대사가 있었다.

"소중한 건 오래전에 받은 거였어."


아빠가 그립다. 느닷없이 장소불문 울기도 한다.

상실감이 들지만 넋을 놓고 있지는 않는다. 그 모습은 아빠도 가족들도 나도 원하지 않을 거니까.

소중한 건 이미 다 주셨다. 내가 아빠에게 받은 긍정의 에너지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거다.


사람들이

"괜찮냐?"

물어본다면


나는,

"괜찮지 않지만 아빠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치유한다."

답 하겠다.


소중한 건 이미 다 받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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