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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Oct 24. 2023

독야청청(獨也靑靑)

집으로 오가는 도로 옆 산이 있습니다.

산에 눈에 띄는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나무에게 이름 아닌 이름을 붙여줍니다.

독야청청(獨也靑靑). 홀로 푸르고 푸르게 늘 같은 자리에 한결같이 지키고 있어서요.

(조금 떨어진 곳에 나무 한그루가 더 있지만 유난히 그 나무가 도드라져 보입니다.)


그 나무를 보면서 나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들처럼 살지 못해서. 남들처럼 생각하지 못해서. 남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아서요.

그래서 외롭다는 생각. 힘들다는 생각. 그럼에도 내 길을 가야 하는....

운전하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독야청청 나무에 감정을 이입시켰습니다.

어떻게 보면 삐딱이였고 한편으로는 개성 있는 사람이며, 유쾌하고 재미있지만 때로는 철학자 흉내를 내는 진지한 사람입니다. T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F형입니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 되어보려고 애씁니다. 튀지 않지만 남들에게 인정받는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남들처럼 살려고 아등바등, 돌진하는 삶을 살아봅니다. 돌아오는 건 버거움입니다.

제가 원하는 삶이 아니거든요. 21세기 현대 문명에 맞는, 자본주의 사회의 틀에 저를 끼워보니 맞지 않는 조각임을 알았습니다. 아프지 않으려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독야청청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지나는 길에 독야청청을 봅니다. 여전히 잘 버티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비해 단단해져 있습니다. 처음에 봤을 때는 약간 비실비실한데 잘 버틴다는 생각이 드는 마른나무였는데 말이지요. 그 나무 옆에 풀인지 꽃인지 몇 포기 자라 있습니다.


 떨어져 자란 나무가 처음에는 외롭고 힘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쑥쑥 자라면서 바로 옆에 나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버티고 자라다 보니 옆에 풀들이 꽃들이 자랍니다. 외로웠는데 옆에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보기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잡초와 이름 모를 풀들이 꽃들이 친구가 됩니다. 우리가 보는 잡초가 나무에게 잡초가 아닐 수 있습니다. 나무를 단단하게 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산까지 거리가 있어 도로 위 차 안에서 볼 수 있는 시야에 한계가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나무 아래 작은 버섯이나 풀과 꽃들이 가득할 수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분들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있겠지요. 독야청청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분이 있다면 언젠가 우리도 각의 형태로 어우러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퍼즐을 맞출 때 꼭 이가 완벽히 맞는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지 않아도 되니까요. 다른 형태의 조화로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맞물리기도 하고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기도 하는. 그렇게 각자의 빛을 내고 있으면 어느 날 독야청청이(靑) 다야청청(靑)이 되는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큰 숲과 다른, 새로운 작은 숲이 되고 산이 되는 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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