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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자?

꽃길은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by 빛날

우리는 착하게 산 사람들 중에 아주 힘든 과거를 살아온 사람을 본다. 현재도 고생길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을 보면 앞으로는 '꽃길만 걸으소서'라는 응원의 말을 한다. 지금껏 고생했으니 앞으로는 편하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태 고생했다고 꽃길만 걸을 수 있나? 갑자기? 그게 가능한가? 어떻게 걸을 수 있는지 가르쳐 줘야 할 것 아닌가? 꽃길 걷는 사람이 나와서 좀 가르쳐 주면 좋겠다.


'리디아의 정원'이라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이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저 교훈적인 잔잔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었다. 아주 특별한 흥미로운 사건도, 스릴 넘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에게 '재미'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딱히 마음에 들어오는 책이 아니었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책이다. 처음에 눈에 들어오지 않던 등장인물들도 다시 보이고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주인공 리디아는 어려운 현실을 잘 극복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재밌게 살아가는 '빨간 머리 앤'과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살짝 차분하게 만들어 놓은 캐릭터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라 스튜어트 /데이비드 스몰 그림/시공주니어

10대의 어린 소녀 리디아는 아버지의 실직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다. 그리하여 태어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삼촌에게 더부살이를 하기 위해 멀리 가족을 떠나 살게 된다. 미혼의 외삼촌은 말이 거의 없고 표현도 잘하지 않는다. 퉁퉁한 체격에 코 아래 쳐진 안경을 쓰고 콧수염을 가진 대머리 아저씨다. 그 외삼촌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일을 도우며 지내야 한다.


생각해보라. 10대 초반의 어린 여자 아이가 어떻게 지낼 것 같은가? 당신이 그런 상황이라면? 내 아이가 그렇게 지내야 한다면?

'아이고야. 나는 생각 안 하련다.......'

하지만, 리디아가 누군가? 주인공 아닌가! 그 소녀가 있는 자리는 빛이 난다. 어둠이 설 자리를 주지 않는다. 삭막한 빵집 건물과, 사람, 동물 할 것 없이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어떻게?

꽃을 사랑하는 리디아는 씨앗을 심어 꽃을 피우고 화분을 만들고 정원을 만든다. 주변 사람을 위한 '이벤트'도 할 줄 안다. 현재를 재미있고 충실하게 사용할 줄 아는 친구다. 이런 친구가 주변에 있다면 생활에 활력이 되겠다. 이런 친구가 당신이 되어 보면 어떨까?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내가 리디아가 되어보는 것이다.!'


우리는 열심히 살았는 보상으로 '상'을 받기를 원한다. 아니 열심히 살지 않아도 '복' 많이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로또를 꿈꾼다. 실제 복권을 사보기도 한다. 결과는 나도 여러분도 알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고, 읽고 있는지도.....

남들은 간혹 행운이 찾아오는 것 같은데 나는 딱히 잘 모르겠다. 성격 급한 나는 행운을 기다리다 찾아 나서기로 했다.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가기로. 20대 후반.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고 퇴근할 무렵 여직원이 많던 우리 회사 앞에는 여러 종류의 차들이 회사 앞으로 모여든다. 여자 친구들을 퇴근시켜주는 남자 친구의 차들이다. 지금은 남녀 상관없이 자가 운전자들이 많지만, 20년 전에는 여자보다 남자 운전자들이 훨씬 많을 때라 그렇다. 그게 그렇게 부러워 애인을 만들고 싶었다. 마음처럼 쉽게 인연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기다림에 지쳐 그냥 내가 차를 구입해서 도로 연수하고 운전하고 다녔다. 그랬더니 남자 친구를 기다리는 동료직원보다 기다림 없이 바로 퇴근하며 차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누렸다. 초보 운전자라 차에 대해 궁금한 점들이 많이 생겼다. 당시 애인이 없던 나는 취미 활동을 하려고 등산 동호회에 가입했다. 아는 사람이 없어 회원들과 친해지기 서먹할 때였다. 특히 남자 회원과는 대화할 일이 없었는데 자동차에 대한 주제로 남자 회원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남자 친구도 소개받아 연애도 하게 되었다. 애인을 만들고 싶어 기다리다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환경에 도전을 하니 애인이 생긴 거다. 내 집 마련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한 게 아니라 전세를 구하기 위해 많은 집을 보러 직접 발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많은 집들 중에 전세에 가까운 가격에 좋은 매물을 발견해서 가능했다. 덕분에 가정 경제의 많은 이익을 창출하게 되었다. 무언가 받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움직였다. 누군가 나에게 거저 준건 없었다.

아! 부모님께 내리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건 내가 잘해서 받은 건 아니구나. 독립심도 키워 주셨고. 가장 중요한 걸 받았는데 아무것도 안 받았다고 큰소리칠 건 아니네............


여하튼, 우리는 기본적으로 개척자의 DNA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과거 우리 역사를 보면 알겠지만, 일제 식민지 시절. 간도의 그 황무지를 개척하여 살았다. 현재도 개척자의 정신은 주변에서 쉽게 본다. 새롭게 들어서는 아파트 대단지의 신도시 주변에는 공간만 있다면 번듯한 텃밭을 만드어 놓은 것을 쉽게 본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다.


꽃길.

나도 걷고 싶다. 열심히 살았으니 상 받을만한 것 같다. 그런데 열심히 산다고 다 꽃길 걷는다면 꽃나라에서 살 사람들 천지다. 살만하면 쿵하고 사건들이 나타나서 꽃길이 끊어진다. 돌무지에 걸리고 수로가 막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들어가자. 수로가 막히면 다시 뚫으면 되고 돌무지가 있으면 차곡차곡 예쁘게 정리해서 작은 돌담을 쌓아 장르가 다른 꽃길을 만들면 된다.

지금, 그렇게 뿌리의 깊이가 다른 정원을 개척 중이다. 씨앗을 심는 흙마다 성격이 다르니 그 색깔에 맞게 심다 보면 튼튼하고 아름다운 꽃이 되고 결국 정원이 될 테니까. 어디 어디 소문난 꽃길만 찾아다니지 말고 나만의 색깔을 풍기는 꽃길을 만들어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어 보자.

오늘은 내가 '리디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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