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라의 백신 독점, 결국 제 발등 찍을 것"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경고 -경향신문/2021.7.30
기사 내용은 국제 빈곤 완화 연구로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에스테르 뒤플로, 아브히지트 바네지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 부부가 부국들의 코로나 19 백신 독점과 빈국들의 자원 부족으로 빈곤을 악화시키고 부국들의 발등을 찍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19의 등장 이후 매일 확진자 수와 백신에 관한 이야기는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다. 날씨처럼.
2019년 12월에 태어난 아이가 엄마, 아빠란 말보다 ''코로나19', '모더나', '화이자'의 말을 먼저 한다 '하더라도 놀랍지 않다. 백신이 개발됐다고 했을 때 이제 '사스', '메르스'처럼 곧 지나가겠다고 생각했다. 변이에 변이가 나온다.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우주인처럼 머리뿐만 아니라 우주복까지 입어야 하는 시대가 올 것만 같아 무섭다. 지구에 사는데 우주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SF 영화가 일상이 되는 날들이라…….
처음 이 기사 제목을 봤을 때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너무 어릴 때 봐서 제목도, 영화감독도 모르겠다. 흑백 영화인지, 컬러로 만든 영화인지도 헷갈린다. 영화를 본 시기로 추리해 본다면 컬러로 만든 영화일 것 같은데 내 마음에는 흑백의 이미지다. 초등 고학년이었던 것 같다. 아니 중학생 때인가? 모르겠다. 여하튼, 밖에서 놀다 집에 들어왔는데 아무도 없는 방에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다. 그때 그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었던 것을 내가 보게 되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여러 명의 남자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뭔가 대단한 일을 한 듯이 말한다.
"방금, 우리 모두 평화를 약속하고 서명했습니다."
그러자 목소리만 들려온다.
"이미 너무 늦었다."
여러 나라가 권력과 욕망으로 치열한 전쟁을 이어왔으나 평화 협정을 했다. 그러나 중재를 한 신으로부터 '이미 너무 늦었다.'는 대답을 듣는, 뭐 그런 영화 줄거리였던 것 같다.
영화가 끝이 나고 한 말이 "영화 참 재미없다"였다.
그 기억이 지금까지 나의 눈에, 간뇌에 딱 저장되어있다.
얼마 전 읽은 책도 읽었는지 헷갈리는데 이 영화는 3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어릴 적 어느 집에 살 때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방에 들어가 텔레비전을 보는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재미없다'라고 했지만, 신이 준 기회를 인간이 잃어버렸다는 게 속상했다. 인간이 어리석게 느껴졌고,신은 항상 인간을 위해 도와주는 존재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무서움이 확 느껴졌다.
지구가 아프다고 신음 한 지는 꽤 됐다. 인간이 나 몰라라 한 지 도 꽤 됐다. 지구를 살려보겠다고 시도한 일들도 적지 않다. 부자 나라들이 자신들만 더 잘 살아보겠다고 기득권을 쥐고 있다. 우리 모두 안다. 한 나라만 잘 방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전염병의 시작은 한 곳이지만, 결국 전 세계로 뻗어가지 않았나? 이스라엘이 처음 마스크를 벗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볼 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지금은 어떤가? 돌고도는 전염병이다.
30년 전 영화에서, 신에게 들었던 대사를 부디 현재의 우리가 듣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아니 이미 우리가 몸소 체험하고 있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더 크게 스스로의 발등을 찍기 전에 우리가 하나의 지구촌 사람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