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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Aug 26. 2024

퇴실 그 후

 금요일부터 사람들이 입실하기 시작합니다.

8월 중순이 지나면서 펜션이 더 바빠집니다.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대부분 소개로 오시는 손님으로, 아는 사람만 오는, 오는 사람만 오는 펜션입니다.

방이 커서 가족, 친구 모임 등의 단체 손님들이 많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대형버스 한 대가 들어와 있습니다.

초등학생 운동부가 입실했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부모님과 가족들이 1, 2층 다른 방을 예약해서 들어오셨습니다. 이른 저녁 뭔가 다른 공기가 느껴집니다. 북적북적합니다.

그냥 신이 납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펜션에 새로운 젊은 에너지의 기운이 넘칩니다.

 사장님은  손님 응대에 바 식사를 제대로 못하신 것 같습니다. 퇴길 길에 마트에 들러 김밥과 간단히 드실 수 있는 것을 사드렸습니다. 마트가 걸어서 가는 거리가 아니라 밖에서 들어갈 때 가끔 심부름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함께 거주하는 입주민 대표님도 밖에서 들어오실 때 필요한 게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십니다. 서로서로 돕고 삽니다. 생활의 약간의 불편함이 이렇게 이웃의 정으로 쌓이나 봅니다.

장날은 아니지만 시장 주변에 가면 뭐라도 살 수 있으니까.

 금요일 들어오셔서 1박을 하신 분이 나가시고 토요일 1 박하시는 분이 들어옵니다. 일요일까지 2박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펜션을 지나면서 방이 있냐고 연락 오시는 분들이 있으셨는데 방이 없어서 그냥 간 팀도 있다고 합니다. 성수기에는 마당에 차들로 가득 차고 바쁘다고 하시더니 정말 그렇네요.


 입주민 회의가 저녁에 있었습니다. 말이 회의고 반상회입니다. 그냥 펜션 거주하는 사람들이 카페에 모인 겁니다. 열심히 각자의 일을 한 모두가 모여 간단한 다과회를 합니다. 과일도 먹고 음료수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합니다. 살던 지역이 다르고 성격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참 편합니다. 두 분은 나이가 같지만 서로 존대합니다. 저는 강산이 한 번 바뀌고 오 년 이상의 차이가 나는데 존대를 해주십니다. 대화 수준도 맞지 않으실 건데 끼워주시니 감사합니다. 제일 겸손하게 공손하게 대해야 하는 사람이 어린(어리다는 표현이 좀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저여야 할 것 같은데 버르장머리가 없습니다. 마음이 넓으신 분들 덕분에 철이 들어가는 중입니다. 여유가 있으신 두 분께서 버릇없음을 나무라지 않고 봐주고 계십니다. 때가 되면 철이 들거라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10년 이상의 경험과 내공을 어찌 따라가겠습니까? 저도 10년 후에는 두 분들처럼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습니다. 너그럽고 온화하신 성품을 가지고 계셔서 부럽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어린아이처럼 동심도 가지고 계시고 개구쟁이의 면모도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실 줄 아시고 아랫사람에게 어른다움도 가지고 계셔서요. 제가 너무 띄워드렸을까요? 멋있는 입주민입니다.  펜션에서 입실한 손님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고 우리는 오랜만에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일요일. 입실한 손님들이 모두 퇴실하셨습니다.

정리의 시간입니다.

최근 펜션 청소를 몇 번 했는데 방마다 다른 흔적들입니다.

머물다 간 자리의 흔적을 확실하게 남기고 가시는 분이 계시고 깔끔하게 정리를 하신 분도 계십니다.

냉장고 주방 욕실 방 이불 베개 분리수거......

할 일이 많습니다. 분리수거는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한 곳에 쌓아놓고 가시는 분도 계시고 드셨던 음식을 그대로 냄비에 두고 가시는 분도 있습니다. 심지어 속옷을 욕실에 빨아두고 가시는 분도 봤습니다. 물건을 두고 가셔서 다시 가지러 오시는 분도 계셨고 잊어버렸는지 모르는 분도 계십니다.

떠난 사람은 자신의 뒷모습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남겨진 사람이 그 모습을 봅니다.

청소하기 적합한 옷으로 갈아입고 청소 시작합니다. 에어컨을 틀고 해도 마당 한 번 다녀오면 땀에 젖기 때문에 에어컨도 선풍기도 틀지 않습니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과 문을 다 열고 합니다. 속옷까지 땀에 흠뻑 젖습니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눈에도 땀이 들어가고 빰을 지나 목까지 흘러내립니다. 이열치열입니다.

 사장님이 마당에서 분리수거와 쓰레기 정리를 하십니다. 시골이라 도시처럼 쓰레기 청소 차가 집 앞에 오지 않기에 버리는 장소가 따로 있습니다. 정리한 쓰레기는 사장님의 자동차에 실어 버리십니다. 덥고 짜증내실만도 한데 묵묵히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배웁니다. 청소 아르바이트하면서 더운데 이리저리 힘들다는 말을 했습니다. 철이 안 든 거 맞지요? 감사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합니다. 말로는 청소 알바 주셔서 고맙다고 하면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오늘도 햇볕이 쨍합니다.

이불 널기 좋은 날입니다.

아파트에 살 때는 누리지 못 한 기쁨입니다.

이불이 바삭하게 익습니다. 뽀송뽀송해진 이불 손님들이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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