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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Sep 02. 2024

하루, 동네 한 바퀴

시골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쉬는 날 무엇을 하며 보낼까요?

쉬는 날 청소를 몰아서 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많이 바빠서 방이 엉망입니다.
평소보다는 조금 늦게 일어날 때가 있지만 많이 피곤하지 않는 이상 비슷한 시간에 일어납니다.

마당을 돌아 잡초 몇 포기 뽑고 꽃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세탁기를 돌리고 커피와 간식을 편안하게 마시는 여유를 가져봅니다.

분갈이를 해야 하는  화분이 저를 쳐다보고 있지만 모른척하고 노트북을 열어 읽고 쓰기를 합니다.

쉬는 날은 대부분 글을 씁니다. 나를 온전히 만나는 시간입니다. 독자분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난주 장거리 운전을 많이 했더니 피곤했는지 몸도 머리도 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게 힘든 날이네요.  쓰고 지우고 반복입니다.

커피와 함께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과자도 이미 다 먹었는데 글은 진척이 없습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습니다. 이렇게 하루종일 집에 있는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최근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분이 떠올라 연락을 했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산청군에는 산청읍과 10개의 면이 있습니다. 저의 활동영역은 시천면, 단성면, 신안면입니다.

시천면에 사시는 분인데 식당 하나를 가르쳐 주시네요. 덕분에 지역 주민들이 잘 가는 밥집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산청군에 사시는 분이라 편한 복장 그대로 달려 나갔습니다.

정식인데 삼치 조림, 불고기, 닭곰탕, 잡채, 멸치조림, 정갈한 반찬들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사실 밥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맛있어서 설거지하듯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사진을 못 찍은 것이 아쉽습니다.

동네 커피 한 잔 하러 갔습니다.

오전에 이미 큰 머그잔으로 커피는 마셨기에 차가운 모과차를 주문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힐링이 됩니다. 에너지도 다시 채워집니다. 공간인테리어를 하시는 분이신데 최근 작업실을 옮기셨어요. 작업실에도 가봅니다. 아기자기 예쁜 소품들이 한가득입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허수아비 소품이 참 인상적입니다. 도로시가 되어 봅니다. 여러 소품들을 구경하며 있으니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릅니다. 앨리스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너무 흥분하고 신나 했는지 눈여겨본 허수아비를 선물로 주십니다.


제가 너무 좋아했을까요? 보이지 않는 압력을 은근히 넣었을까요?

살짝 거절을 하다가 감사히 받았습니다. 주고 싶은 마음이라 해석했습니다.

허수아비의 웃는 얼굴이 정말 좋습니다.

"나는 허수아비라서 행복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중간에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어 잠시 주차를 했습니다. 평소 출퇴근하기 바빠 가고 싶었지만 들어가 보지 못했던 곳입니다. 시골 논밭 앞에 갑자기 들어선 커피숍입니다.

손님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종종 차들이 주차되어 있습니다.

이미 밥도 먹고 차도 마셨지만 일단 들어갔습니다. 또 커피.. 주문합니다.

집에 가서 글 쓰면서 마실 커피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에게 많은 것들을 허용하는 날입니다. 커피, 여유, 소비.......


강아지도 고양이도 함께 거주합니다. 예쁜 소품이 있어서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을 예쁜 소품 투어하는 날 같습니다. 눈으로 힐링하고 충전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오는 길에 가을을 풍기는 감나무와 동네 풍경을 휴대폰 사진에 담았습니다.

혼자 즐겼는데 여러분과 함께 사진을 감상하고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해는 구름이 많이 가려주고 있네요. 아침에 널었던 빨래도 걷고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어지럽고 피곤한 몸과 머리가 정리가 되고 충전이 됩니다.

시골에 살면서 누리는 풍요로움이 바로 풍경 아닐까요?

어지러웠던 하루셨다면 사진으로 잠시 쉬어가면 좋겠습니다.

제가 누린 여유 함께 느끼신 겁니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시원한 곳에서 속은 따뜻한 온기로 채우시길.....



가을로 달려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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