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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Aug 19. 2024

시골에서 즐기는 문화... 일상이 여행

시골로 이사 오면서 도시에서 누리는 문화생활은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편견입니다. 착각입니다.

영화관, 수영장, 평생교육강좌, 문화센터, 도서관, 사우나, 관광, 대형 카페, 맛집. 있을 건 다 있습니다.

논밭 뷰의 카페가 인기가 많다는데 집 밖이 논 밭이라 그 자리 어디서건 커피 한 잔 들고 있으면 됩니다.

땡볕이라 좀 덮긴 하겠습니다.

지리산 계곡으로 도시에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튜브, 구명조끼, 계곡 주변 펜션은 사람과 차들로 가득 찹니다.  출퇴근길에 물놀이 가능한 계곡을 지나가지만 발 한 번 담그지 못했네요.


저만의 피서법이 있습니다. 더운 날은 에어컨 아래가 제일입니다.

에어컨 틀어놓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달달하고 쓴 것을 같이 먹습니다.

보통 커피와 과자입니다. 가끔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누워서 읽기도 하고 펜션 안 카페에서 편안한 의자에 양반다리하고 읽기도 합니다.

여기가 천국입니다.

산청지리산도서관. 산속 도서관은 아닙니다. 신안면에 있어요.

그림책 보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 일주일에 보통 10권 정도 도서관에서 빌려옵니다.

집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원지'라는 지역에 있습니다.

시골에서 호사스러운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작은 도서관이 시골에도 있을 거라는 간절한 믿음으로 검색을 해보니 산청지리산도서관이 있습니다.

이름을 보고 지리산 가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지리산 가까이는 아니고 산청군 신안면에 있습니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같은 시골의 작은 도서관을 상상하며 찾아갔는데 반전입니다.

건물 밖은 검소합니다.

도서관 안은 밝고 예쁘게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세련되고 깔끔한 도서관입니다. 결코 작지 않습니다.

작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습니다.

도서관 안을 보고 좀 놀랐는데 더 놀라운 건 강연 안내였습니다. 

도시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유명 작가들이 경남 산청의 소규모 강의를 하러 오신다는 겁니다.

김호연 작가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분의 이름이 딱!

놀랍고 반가움에 신청하려 했더니 마감되었다고 합니다.

시골이라고 얕은 머리로 선입견을 가졌습니다.


지리산 자락이 넓은데 예술가들이 많다고 합니다. 글 쓰는 작가분도 계시고 화가, 도자기 장인도 터를 잡고 계십니다. 절도 많습니다. 교회도 있고요. 사람 사는 곳이니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쇼핑이 할 곳이 마땅하지 많지만 가까운 시천면에 아기자기 예쁜 소품가게와 옷가게가 있긴 있습니다.

반팔 흰색 티와 바지를 샀는데 예쁘다고 하네요. 촌 아줌마로 변신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예뻐집니다.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 쇼핑으로 채웁니다.

 배달앱으로 이용 가능한 소량의 배달 음식이 거의 없습니다. 장하는 수고로움으로 그럭저럭 해결합니다.

마트가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닙니다. 차로 가다 보니 디저트와 아이스크림 종류가 좀 아쉬웠는데요.

 '팥빙수가 땡긴다'는 입간판에 홀린 듯 들어가신 입주민 대표님 덕에  팥빙수 맛집도 발견했습니다. 동네 주민들이 자주 가는 맛집도 알아갑니다.

원지 유명 카페의 옛날 팥빙수

산청 여행 안내서에 보니 안 가본 곳이 많습니다. 출근하지 않는 쉬는 날 하나하나 찾아가 보렵니다.

보물찾기 같습니다. 세상은 경험하러 온다는데 해 보지 않은 것, 가보지 않은 곳많고 많습니다.

주변에 도자기를 만드는 <산청요>가 있는데 카페도 같이 합니다. 도자기를 만들어 전시도 하고 있습니다.

도자기도 아름답지만 더 눈에 끄는 건 햇볕을 쬐는 고양이들입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에서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부르주아 고양이들 같습니다. 주인장께서 잘 돌봐주시는 티가 납니다.

마을을 지나가거나 우리 펜션 주위에도 길고양이를 어렵지 않게 만나는데요.

이 집 고양이는 도도함이 묻어납니다.

사노 요코가 쓴 100만 번 산 고양이라는 그림책이 생각납니다.

그 고양이도 참 도도하고 멋있는 고양이였는데 말이지요.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동물들의 삶이 참 다르네요.

하긴 사람도 흙수저, 금수저라는 말을 쓰기도 하니 사람도 동물도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고 도전하고 만들어가니 동물과 다를까요?

동물의 입장이 아니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데요.

길고양이와 풍요로워 보이는 산청요의 고양이 중 누가 더 행복하다고 할까요?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닐 테니까요.


평생 한 도시에만 살던 토박이가 시골에 이사와 펜션에 사는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리저리 사진을 예전보다 많이 찍습니다. 길거리에 피는 야생초, 시골집 정원마다 키우는 예쁜 꽃과 나무, 곤충, 하늘과 강물.... 일단 찍어 놓습니다. 아침과 한 낮, 일몰, 한 밤의 눈에 보이는 것들.

시골에서 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그림들입니다.

시골 살이 초보의 눈에는 참 아름답고 신기합니다. 자랑하고 싶고 나누고 싶습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이리저리 넣었다 뺐다를 몇 시간째 하고 있습니다.

사진이 너무 많다 보니 블로그 같습니다. 그래도 글을 쓰는 작가인데 싶어 사진을 대거 빼봅니다.

하..........

포기할 건 포기합니다. 

시골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마음이 열리고 눈이 정화됩니다.

과하면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진짜 아름다움이 전달되지 못해서라고 말하는 게 맞겠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는 시골생활을 함께 즐겨보아요.

거미줄과 거미를 맨 손으로 잡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여러분은 이 느낌 아실까요?

타지인에서 원주민으로 즐기는 문화생활...

도시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으니 감사합니다.

시골에서 불편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채워지니 더 소중하고 감사한 일상입니다.

각자가 주인공. 고양이도 파라솔도. 의자도 테이블도. 꽃도. 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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