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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Apr 08. 2022

40대 후반, 신입으로 병원에 취업했습니다.

간호조무사 합격 후  첫 출근.

인생 계획에 없었던 직업. 나와 어울릴 직업으로 상상도 못 했던 직업. 간호조무사.

40대 중반 이후 취업을 알아보면서 '이력서도 받아주지 않는 나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참 당황스러웠던 시간이 흐른 지 2년이 채 못 된다. 나이가 있어도 취업이 된다는 말에 무작정 등록한 간호조무사의 1년 과정을 수료하고 시험을 쳤다. 2주 후 합격 발표가 나면 본격적으로 취업을 알아볼 생각이라 그전에 만나지 못했던 친구도 만나고 가족과 여행이라도 다녀 올 생각이었다. 책도 읽고 밀린 글도 쓰고. 수험생도 아니니 백수의 시간을 어떻게 채울까를 생각하는 동안 일주일이 휘리릭 지나갔다.

 

코로나로, 여차저차 이유로 1년 넘게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난 봄날 아침.

호수 공원 산책을 막 시작한 순간, 띠리링 전화가 울린다.

가끔 이른 아침에도 광고 전화가 오기도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확인차 휴대폰 화면을 봤다.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다. **간호학원.

'무슨 일이지? 혹시?'

"00 씨 잘 지내고 있지요? 00 요양병원에 자리가 났는데 가 볼래요?"

"예? 어........ 요양병원은 생각을 안 해 본 곳이라....."

망설이는 내게 선생님이 얼른 같은 반 친구 이름을 말씀하신다.

"우리 학원 000 씨는 가기로 했어요."

"000이 간다고요? 음. 예상하지 못한 곳이라 당황스러운데 생각을 좀 하고 전화드려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특별히 취업하고 싶은 병원을 정해 놓지 않았지만 요양병원은 취업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연세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특성상 젊은 친구들은 가기 싫어하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재활치료에 관심이 있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혹은 대학병원을 생각했다. 아니면 교대 근무가 없는 노인주간보호센터. 병원마다 특성이 있을 텐데 일해보지 않았으니 잘 알지 못한다. 1년 동안 학원을 다니면서 '어디를 가면 좋을까?'라고 생각만 해 본 거다. 동기생 중에는 개인병원에서 근육주사(IM) 혹은 정맥주사(IV) 놓는 방법을 빨리 배우기를 희망하는 친구들도 있고, 한의원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도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3교대를 하는 병원은 지원하지 않는 편이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요양병원이나 노인주간보호센터가 많이 생기고 있어 간호조무사가 취업할 곳은 더 많이 생겨났다. 주간보호센터는 노인을 위한 유치원으로 생각하면 되려나? 낮에 어르신들을 돌봄을 하는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어른들을 위한 여러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들었다. 간호조무사가 하는 일은 편찮은 어르신이 있으면 병원으로 모셔가기도 하고 사무적인 업무를 많이 본다고 한다. 주 5일에 근무 시간(출퇴근)이 좋다고 하는데 카더라 통신이라 진짜 근무시간이 칼퇴인지는 모르겠다. 대학병원은 자주 공고가 나지만 계약직이 대부분이고 업무가 분업화가 되었다. 간호조무사는 말 그대로 간호사들의 보조 업무를 한다. 급여는 개인병원보다 괜찮다.(물론 경우에 따라 다를 수도) 병원 간호 일을 배우고 싶다면 종합병원보다는 개인병원이나 작은 병원을 알아보면 좋을 듯하다.


 갑자기 취업할 곳을 추천받으니 생각이 복잡해진다. 취업을 위해 1년을 달려왔는데 선뜻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요양병원이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환자가 노인분들이 많아서? 이렇게 빨리? 나중에 취업할 곳을 천천히 알아보고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 그때는 자리가 없을까?

 같이 산책을 나선 친구가 나에게 간호조무사 직업을 권한 친구다. 학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취업자리가 들어왔다고 하니 바로 가라고 한다. 가보고 판단하라고. 그 친구도 노인전문병원에서 근무했다. 할머니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자신은 재미있었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다가 월급 받으니 좋았다고.

 

 그런가? 마음이 취업으로 움직인다. 개인적으로 취업 알아보기가 피곤하기도 하고 추천해준 병원을 검색해보니 10년 이상된 작지 않은 규모에 시설도 괜찮다. 위치도 집에서 가깝다.(운전해서 20분 이내)

 가고 싶은 병원을 확실하게 정하진 않았지만 내 나름의 취업 기준은 있었다.

1. 병원급 이상일 것. 2. 집에서 40분 이내일 것. 3. 직원이 많고 복지가 좋을 것.

1번과 2번은 포기할 수 없는 사항이었고 3번은 조절 가능한 조항이었다. 간호조무사 급여는 대학병원이나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최저시급으로 시작한다고 들었다. 특히 신입 간호조무사로 급여를 따질 형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학생으로 바로 졸업한 사람에게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하니까.

 학원에서 추천한 병원은 내가 정한 기준(1,2번)에 들어왔다. 그래 면접 가자. 힘든 곳에서 시작하면 다른 곳에 일하게 되더라도 쉽게 적응할 테니까.


 그렇게 부랴부랴 면접을 보고 학원 추천이라 바로 합격을 하고 채용신체검사를 하고 코로나 pcr검사를 하고 첫 출근을 했다. 20대 후반에 이력서를  마지막으로 썼다. 20년 만에 이력서를 써보니 그때보다 자격증이 몇 개나 더 늘어났고 경력도 늘어났고 학력도 나아졌는데 다시 신입이다.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직업의 세계다. 신난다. 3일째 출근 중이다.

 일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여기는 일이 많은 곳이 맞다'라고 하셨다. 정말 바쁘다. 신입이라 하루 종일 따라만 다니는데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다. 환자를 보면서, 간호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정말 직업의식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직업이겠다고?

무료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월급 받으면서 하는 일이라 좋고, 백수 생활보다 활기차서 좋다.

 




 2년 전 혼자 속초 여행을 하면서 북카페 '완벽한 날들'에서 구입한 책이다.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다다서재에서 출판하고 저자는 도하타 가이토라는 임상심리학자다.

일상이 괴로운 당신을 위한 의존과 돌봄의 심리학이라고 하는데 힘든 시기에 위로가 된 책이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환자를 마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한 번쯤 읽어 보기를 권한다.

최근, 다시 읽고 있는데 일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누구나 늙고, 우리는 모두 몸과 마음이 아플 수 있다.

도하타 가이토/김영현/다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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