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과일도 식물이라 보태니컬 아트의 좋은 소재가 된다.
원래 꽃 한 송이 그려보기 수업을 한 후 작품으로 들어가기 전에 채소, 과일 등 열매를 그려보는 수업을 먼저 했다. 보통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 아트)를 단순히 '꽃그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꽃뿐만 아니라 모든 식물을 소재로 하는 그림이므로 나무(줄기, 잎 포함)와 열매(채소나 과일 포함), 양파와 같은 뿌리 부분까지 모두 좋은 소재가 된다.
나는 따로 준비를 못해서 집에 있던 바나나를 들고 가서 그렸는데 바나나가 점점 갈색으로 변하는 바람에 갈변한 부분을 조금씩 생략하면서 그려야 했다.
채소나 과일 등 열매는 덩어리라서 양감(입체감)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바나나 그림을 보면 나름 바나나의 질감은 세밀하게 잘 표현한 것 같은데 아직 양감의 표현은 미숙함을 알 수 있다.
꽃잎이나 잎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덩어리를 채색할 때는 색의 톤을 조절해가면서 전체적인 덩어리감을 먼저 표현한 후에 세부적인 묘사에 들어가야 한다. 세부적인 묘사를 먼저 한 후에 뒤늦게 톤을 정리하면 미리 표현한 세부 묘사가 뭉개지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이 부분은 잘 안 되는 부분이긴 한데 하나하나의 객체(오브젝트, object)에 대한 세부묘사를 들어가기 전에 항상 양감을 먼저 생각하고 톤(tone) 처리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중이다.
당시, 바나나 그림은 수업 네 시간 동안에는 완성하지 못했고 집에서 숙제로 해서 다음 시간에 가져갔는데, 우리 전문가 과정 동기생들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진 그림들을 완성해 왔다. 이렇게 공개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훌륭한 그림들이라 이렇게 한 번 편집하여 공개해 본다. (혹시 저작권 문제 있으면 개인적으로 연락 주시길^^)
우리 동기들 그림 모두 모두 훌륭하죠? 내 그림을 공개할 때는 창피한데 동기들 그림은 왜 이리도 자랑스럽고 뿌듯한 지.. 내가 선생님도 아닌데.. 하하하
작년(2017년) 한 해동안 함께 그림 공부를 하고 지금은 또 같이 전시 준비를 하고 있는데(2018년 2월 말~3월 초 졸업전시) 그림을 그리면서 항상 나누는 얘기가 내 그림은 별로이고 서로의 그림은 다 잘 그렸다는 얘기들.. 정말 그렇다. 그래서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이 나온 건가? 교수님 말씀은, 내 그림은 내가 계속 보면서 그리기 때문에 지겹기도 하고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그렇단다. 언제쯤 내 그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