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로 그린 보태니컬아트, 개나리
드디어 꽃 피는 봄이 와서 동네꽃 매거진을 다시 발행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한편, 많은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바람에 눈과 손이 너무 바빠져서 기분 좋은 투정을 하고 다니는 요즘이다.
역시 봄맞이 1등 꽃은 나리 나리 개나리~~ 2018년 올해의 첫 번째 꽃으로 임명~!!
이번에도 어김없이 글을 쓰기 위한 개나리 공부에 돌입! 너무나도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개나리는 장주화(일명 암꽃/암꽃나무)과 단주화(일명 수꽃/수꽃나무)가 따로 있고 생긴 모양도 조금 다르며, 수꽃이 암꽃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개나리는 우리나라 특산식물 꽃나무인데, 병충해와 추위에 강하고 번식력이 강해서 관상용과 울타리용으로 많이 키워지고 심어져 왔다. 그리고 가지만 꺾어 심어도(꺾꽂이, 삽목) 뿌리를 잘 내리는 특성이 있어서 어려운 모종(씨앗)으로 심기보다는 손쉽게 꺾꽂이로 널리 퍼지게 되었는데, 번식력이 더 강한 단주화(수꽃)가 많이 살아남아 주변에서 흔히 보는 개나리는 대부분 단주화(수꽃)라고 한다. 그래서 동네 개나리들을 살펴보았는데 단주화(수꽃)가 조금 더 많기는 했지만 장주화(암꽃)가 그렇게 적지는 않았다.
일명 수꽃인 단주화는 노란 꽃가루가 묻어 있는 수술이 길게 나와있고 안쪽에 있는 암술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네 개의 꽃잎이 활짝 벌어져서 별처럼 정면이 보이는 꽃들이 대부분 단주화다. 활짝 피면 꽃잎이 뒤로 말리는 꽃들이다.
일명 암꽃인 장주화는 꽃가루가 묻지 않은 투명한 노랑(연두) 빛깔의 암술이 길게 나와있고 밑으로 두 개의 수술이 짧게 보인다. 오므라져서 살짝 고개를 숙이고 종처럼 보이는 꽃들이 대부분 장주화다. (이런 모습을 보고 외국에서는 개나리를 golden bell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아래 그리고 있는 개나리가 장주화다. 길게 나온 암술과 안쪽에 있는 수술을 볼 수 있다.
장주화, 단주화 모두 암술과 수술이 모두 있기 때문에 원래 자체적으로 번식을 할 수는 있다고 하는데, 그 확률이 매우 낮고 장주화와 단주화가 서로 가까운 곳에 있으면 벌에 의해 수분이 되어 열매가 생길 수 있는데 그런 경우가 주변에 많이 없어서 우리는 개나리 열매를 쉽게 볼 수 없다고 한다. (계속 꺽꽂이로 번식을 하다보니 번식능력이 퇴화되었다는 설도 있다.)
우리 동네에는 맨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한 곳에 장주화와 단주화가 모두 있으니 운 좋으면 가을에 열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작품의 주연은 굵은 가지에 촘촘하게 달린 장주화(일명 암꽃)이고 조연은 뒤로 보이는 가느다란 가지에 달린 단주화(일명 수꽃)다. (함께 있지만 서로 다른 나무이다.)
귀해서 더 아름다운 것인지 암꽃이라 불리는 장주화라 더 아름다운 것인지.. 아무튼 장주화가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하하
작품 완성 후, 개나리 공부를 하며 이 사실을 알고는 혼자서 얼마나 재미있던지.. 퇴근하는 신랑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개나리 얘기만 한바탕 했다. 재미있는 식물 세상이다. 나만 재미있는 건가?
장주화와 단주화의 존재를 알기 전, 뒤에 작게 그려 넣은 수꽃 개나리 부분이 어색해 보여서 지우고 이렇게 공유하려고 했었다. (사실, 브런치를 쓰기 전에 이미지를 올린 인스타와 핀터레스트에는 이 그림이 공유되어 있다.)
사실을 알고 보니 두 그림이 다르게 보이지 않는지..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고 그림을 보니 위의 원 작품이 더 마음에 든다. 보태니컬 아트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식물에 대한 정보도 함께 주는 아트니까~! 다음부터는 작품을 하기 전에 공부부터 해야겠다. 오늘도 이렇게 또 하나 배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