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이라는 이름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짇날에 꽃이 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삼짇날은 음력 3월 3일로, 조상들이 봄을 맞는 기쁨으로 즐기던 명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제비꽃뿐만 아니라 많은 꽃들이 그 무렵에 피어나니 특별하게 붙여진 이름은 아닌 듯하다.
이번 제비꽃 작품을 준비하면서 여느때보다 공부를 많이 했다. 제비꽃 종류가 이렇게 많다 보니 국내에는 제비꽃 애호가 또는 연구가들이 꽤 있어서 인터넷으로 도움이 되는 자료를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젠 제법 감별법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촬영한 제비꽃들을 살펴보면서 이름을 붙여주고, 애매한 것들은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보고 확인했다.
처음에 있는 사진의 제비꽃과 아래 몇 장의 사진들, 그리고 내 작품 속의 제비꽃의 이름은 (다른 이름이 붙지 않은) 그냥 '제비꽃(Viola mandshurica)'이다. 색은 진한 자줏빛도 있고 연한 자주(보라)빛에 선명한 같은 색 줄무늬가 있는 것들도 있는데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은 잎 모양이 길고 잎자루와 이어지는 부분에 날개가 있으며, 꽃은 안쪽에 흰 털이 나있고 꽃줄기는 연둣빛에 잔털이 없다는 것이다.
제비꽃(Viola mandshurica). 2018. 4. 29. 동네에서 촬영 (꽃 안쪽에 흰털이 보인다.)
위에서 설명한 '제비꽃(Viola mandshurica)'과 가장 비슷하게 생기고 동네에서 많이 보이는 제비꽃 종류가 '호제비꽃(Viola yedoensis)'인데 제비꽃과 잎은 비슷하지만 꽃잎 안쪽에 흰털이 없고 꽃줄기가 갈색(보라) 빛이 나며 잔털이 나있다.
호제비꽃(Viola yedoensis). 2018. 4. 10. 동네에서 촬영
호제비꽃(Viola yedoensis). 꽃잎 안쪽에 흰털이 없다. 2018. 4. 29. 동네에서 촬영
자세히 보지 않으면 두 제비꽃이 거의 같아 보인다. 우리 동네에도 호제비꽃(Viola yedoensis)이 먼저(4월 초) 피었다가 거의 시들어갈 때쯤 제비꽃(Viola mandshurica)이 옆에서 피어났다. 그리고 같이 나란히 있기도 했다. 가장 쉬운 구별법은 꽃줄기가 연둣빛인지 아닌지를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두 제비꽃을 구별 못하면 어떠하리.. 둘 다 예쁘기만 한데.. 그림의 작품명이 곧 식물의 명칭이기에 정확히 알아야 했다. 그리고 식물의 이름에 집착하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었다. 필자처럼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호기심이 생길만한 '제비꽃의 세계'다.
이외에 지금까지 보아온(직접 촬영한) 몇 종류의 제비꽃들을 더 소개한다. (혹시 잘 못 되었다면 알려주시길..)
졸방제비꽃(Viola acuminata). 2013. 5. 11. 회사워크샵때 양평 모 펜션 근처에서 촬영
둥근털제비꽃(Viola collina). 2016. 4. 1. 대모산(약수터 올라가는 길)에서 촬영
콩제비꽃(Viola verecunda). 2018. 4. 21. 대모산(불국사 가는 길)에서 촬영
흰젖제비꽃(Viola lactiflora). 2018. 4. 17. 동네에서 촬영
왜제비꽃(Viola japonica). 2013. 4. 28. 동네에서 촬영
위의 제비꽃들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이며 동네 잔디밭에 많은 종지나물(미국제비꽃)은 귀화식물, 길가 화단에 많은 삼색제비꽃(팬지)은 재배식물(유럽의 제비꽃을 계량한 원예종)이다.
종지나물(미국제비꽃)(Viola papilionacea). 2018. 4. 21. 동네에서 촬영
삼색제비꽃(팬지)(Viola tricolor). 2012. 5. 12 동네에서 촬영
제비꽃 탐구는 여기까지 하고 제비꽃 그림 이야기를 하자면,
아래 사진을 기본 구성(composition)으로 하여, 잎은 거의 그대로 넣고 꽃들은 일부 교체했다. 촬영한 많은 제비꽃들 중 예쁜 모양의 꽃들을 골라서 그림에 담았다.
거의 실제 사이즈에 가깝게 그렸고 수채화의 번짐이 꽃잎의 표현에 어울릴 것 같아서 수채물감으로 채색을 했다.
아래는 잎을 다 그린 후에 꽃을 그리는 모습이다. 꽃 안쪽의 흰털을 표현하려고 신경을 썼는데 자세히 봐야 보인다.
아래는 완성된 작품의 모습이다.
길고 날개가 있는 잎과 연둣빛 꽃줄기, 꽃잎 속의 흰 털 등이 표현된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아트) 작품 '제비꽃(Viola mandshurica)'이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공부를 많이 하고 나온 작품이라 훌륭하지는 않지만 애착이 간다. 식물 그림은 쉽게 그릴 수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