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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Dec 27. 2018

작가되기#32 보태니컬 아티스트로서의 나의 2018년

새롭고 즐거운 경험들로 가득했던 나의 2018년

이번 편은 오랜만에 쓰는 나의 사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얼마 동안은 내가 배우고 그리는 것들에 대한 공유를 많이 했는데 2018년을 마감하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보태니컬 아트를 다시 시작하여 2년이 된 지금, 회사를 다닐 때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롭고 즐거운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는데 그 경험들을 하나씩 꺼내어 본다.


잘 그리든 못 그리든 많이 그렸다.
다작의 뿌듯함.


태어나서 이렇게 그림을 많이 그려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해봤다.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동네꽃' 매거진 때문이기도 하고, 보태니컬 아트 전문가 과정과 강사 과정 등에서 배우는 동안에 그린 그림들, 그리고 세 번의 전시회를 위한 그림이기도 하다. 여기에 넣지 않은 3~4개의 그림까지 포함하여 총 30여 개가 되는데 아마 그러한 강제성이 없었더라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나누는 즐거움.


정을 나누는 홈클래스!

작년 초 동네 수련관에서 캘리그래피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 우연히 나의 그림을 보게 된 분들이 보태니컬 아트를 배우고 싶어 했고, 결국은 우리 집에서 홈클래스 모임이 만들어졌다. 전문가 과정을 시작하면서 캘리그래피는 그만두게 되었지만 우리의 모임은 계속되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어쩔 때는 그림을 배우는 것보다 수다가 주(主)가 되어 선생님으로서 고민이 될 때도 있긴 하지만 행복하면 그것으로 됐다. 행복하려고 그림도 그리는 거니까.. 나의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응원해주고 나에게 행복한 동네 생활을 가능하게 해 준, 이제는 친한 언니들과 동생이 된 사람들. 덕분에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홈클래스에서는 이 모임 외에도 간간이 1:1 개인 클래스 진행하고 있는데, 별도로 홍보는 하지 않으며 배우고 싶은 이웃분들에게만 개인적으로 시간을 맞추고 있다.)


아티스트에게 강추! SNS 활동하기

작년 여름부터였다. 누군가의 조언으로 SNS(N블로그와 인스타그램)를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는 비공개로 하던 것을 식물과 그림 이야기만 공개로 하여 쓰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은 그때 처음 하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처음엔 팔로우나 맞팔 이런 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내 그림만 떡하니 올려놨었는데 신기하게도 다른 나라 모르는 사람에게서 '좋아요'를 받으니 호기심이 생겨났고 그렇게 조금씩 빠져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팔로워 수가 1,500명이 넘었고 '동네꽃밭'그림은 '좋아요'를 1,700개가 넘게 받기도 했다.

'좋아요'는 마약 같다고 하던데 이해가 됐다. 그렇지만 수위조절만 잘한다면(시간 조절은 필수이며 '좋아요'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언팔에 상처 받지 말 것!) 자신의 작품을 손쉽게 대중에게 알릴 수 있고 그들의 평가도 함께 받아볼 수 있으며 다른 이들의 훌륭한 작품을 찾아서 배우고 마음껏 감상할 수 있으니 아티스트들에게는 딱 좋은 도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같은 분야의 친구도 사귈 수 있고 서로에게 응원까지 해주니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것 같다.


처음 해보는 직업, 교육기관의 '강사'가 되었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줄곧 회사원이었다. 그것도 3D라는 IT업계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새로운 직업의 세계를 맛보게 된 것이다. 운이 좋게도 강사과정을 마치자마자 기회가 생겨 청소년수련관의 강사로 일을 하게 되었다. 실제 내 이름 세 글자가 박힌 전단지를 봤을 때 기분이 묘했다. '내가 정말 미술 강사가 되었구나..'

내가 강의한 '화사한 보태니컬 꽃그림' 강좌가 안내된 청소련수련관 전단지 모습

강의 첫날, 1년 넘게 하고 있는 홈클래스와 가르치는 방법은 비슷하겠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가르친다는 점에서 약간의 긴장감도 있었고 공식적인 강사로서의 첫날이라 꽤 설레었다. 첫 수업을 마치고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이제 회사원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에 가슴이 벅찼다.

80분간의 수업시간 동안 8~9명의 수강생들과 수업을 하였는데 한 사람당 10분 정도밖에 할애를 못하고 한 명 한 명 1:1 수업이라서 반복도 많고 진도도 다른 경우가 많아서 챙길 것도 많았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모두가 아쉬운 80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수업시간과 정원은 기관마다 다르다.)

보태니컬 아트를 시작하는 분들 중에는 '강사'라는 직업을 목표로 하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가르치는 일이라 보람도 있고 즐거운 일이지만 회사를 다니거나 사업을 하는 것을 대체할 만큼의 수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환상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 돈보다는 보람, 즐거움 등을 으면 인생이 더 행복해지는 게 사실이다. 돈 버는 일이 중요한 시점이라면 아티스트, 강사의 길은 조금 미뤄야 할 수도 있다.


올해 세 번의 전시,
그리고 드디어 내 작품을 판매했다.
그림 작가로서 인정받기.


올 한 해동안 전시를 세 번 했다. 이제는 전시를 한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예전 같았으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일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를 하고 나면 이제 내가 정말 그림 작가가 되었구나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가 참여한 2018년 세 번의 전시회 포스터

올해 마지막 전시를 마치고 내 작품 중 대표작 네 점을 판매했다. 내가 퇴직을 한 회사의 대표님이 작품을 보시고는 사고 싶다고 하여 거래 계약을 하게 되었는데, 기업과 하는 거래라서 '미술 작품 거래 계약서'를 작성하여 공식적으로 거래를 하였다. 세법 규정에 따라 회사에 비치해 놓아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과 방문자들이 볼 수 있어서 좋다.  

거래 계약후 작품 인도 전 포장하면서 찍은 사진 (동네꽃밭, 원추리, 복사앵도나무, 토끼풀)

그림 작가들은 그림을 제 값에 판매하는 것이 그 작품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번 거래를 하고 나니 그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조금은 낮게 해서 드리긴 했지만 그래도 꽤 큰 금액에 거래를 했기 때문에 나도 이제 비로소 작가로서 인정을 받은 기분이 든다.


내 그림이 담긴 제품이 출시되었다.
미술 작품이 아닌 상업적 디자인으로서의 가능성.


이미 많은 보태니컬 아티스트들이 상업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디자인으로 활용, 상품화하고 있지만 나 같은 새내기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지인의 남편분이 허브 제품 사업을 하시면서 내 그림을 보고 제안을 해온 것인데, 작년 12월에 작업을 하고 올봄 전시 때 전시했던 '라벤더' 작품이 그 주인공이다.

'작가되기#20'에서 라벤더 그림을 왜 그리게 되었는지 이야기했었는데 그 제품이 올해 여름에 드디어 출시되었다. 지금 이 제품들을 잘 쓰고 있는데 유기농 허브 제품이라 정말 좋다. 그래서 많이 판매되길 바란다. 물론 내 그림이 들어갔으니 더 그렇다.

내 '라벤더' 그림이 패키지디자인된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 ('오래된미래 샴푸'로 검색하면 구매 가능)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았다.
브런치가 나에게 준 선물.


얼마 전 받은 브런치 출간 제안 메일

이 얘기를 여기에 해도 되나 고민했다. 아직 책이 나온 것도 아니고 이제 막 계약하고 원고 준비에 들어간 상태인데.. 혹시 사정이 생겨 책이 못 나오더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행복 전도사가 되다.


내 친구가 보고 행복 전도사란다. 하하하! 정말 올해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고 내가 정말 전도사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주위에 나처럼 되고 싶다는 사람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실제로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나름 조언도 해줄 수 있는 상황도 되고 옆에서 보면 기분이 좋다. 혹시 나의 브런치 글을 보고 그렇게 돼가고 있는 분이 있다면 나는 정말 행복 전도사가 맞다.^^


손목 문제로 중단된 '가을 수국'


지금까지 좋은 얘기만 했는데 마지막은 안 좋은 얘기다. 얼마 전부터 손목이 아파서 그림 그리는 모든 행위를 중단했다. 11월에 작업을 시작하여 12월에 끝내려고 했던 '가을 수국' 작업도 중단하였고, 강의도, 홈클래스도 모두 중단한 상태다.

손목에 문제가 생겨 작업이 중단된 '가을 수국' (A3, 종이에 색연필,  by 까실)


그래서 언제 완성할지 알 수 없는 '가을 수국'에 대한 작업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미룬다.


모든 일엔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많이 쓴 육체가 이렇게 반격을 한다. 덕분에 원고 작업에는 박차를 가할 수 있겠지만.. 봄이 오면 또 부지런히 동네 꽃들을 그려야 하니 치료하는 동안 전의를 가다듬고 총알을 잘 장전해 놓아야겠다.


좌절하지 말고 2019년에도 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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