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태니컬아트를 시작하고 지난 2년간 수채화로 간간히 그림을 그려왔지만 창피하게도 아직도 수채화에 대한 감을 잘 못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 많이 그리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고 약간의 두려움으로 과감하게 그리지 못하는 소심함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직도 계속 배워가는 중이다. (이상향이 저 높은 곳에 있어서 아마도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는 계속 배울 것 같다.)
요즘 배우고 있는 보태니컬 수채화는 더 세밀하고 더 사실적인 그림을 지향한다. 포도를 그리기 전에 우선 구 모양을 채색하는 훈련을 해본다. 색연필과 마찬가지로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다 보면 입체감이 살아난다.
1) 색을 촘촘하게 쌓아 올리기 전 (50%) - 혼자 그리면서 이 정도면 되었으려나 했다.
2) 색을 더 촘촘하게, 단단하게 쌓아 올린 후 (95~100%) - 배움의 결과, 결국 이 정도까지는 해야 했다.
반복 훈련이 중요하다. 조금 안 예뻐서 사진에서는 뺀노랑, 빨강까지 합쳐서 지름 3cm의 구를 총 6개 그렸는데, 마지막 갈색 구를 그릴 때쯤에는 어느 정도 감을 잡아 잘 그릴 수 있었다.
이제 열매 그리기 실전으로~
계절이 봄이다 보니 자연에서는 열매를 찾을 수 없었고 슈퍼에 가서 소재가 될 만한 열매, 과일을 탐색했다. 가장 만만한 소재인 토마토를 배제하고 살펴보았는데 표면이 울퉁불퉁한 과일 빼고는 포도밖에는.. 결국 껍질째 먹는 자줏빛 포도와 청포도를 사 왔는데 청포도는 색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자줏빛 포도로 낙찰!
저녁 형광등 불빛에 키친타월을 깔아놓고 이리저리 배치, 구성(composition)을 해보았다.
찍어 놓고 나니나름 예쁘다. 아래 두 사진 중에 고민하다가 오른쪽 사진으로 그리기로 했다. (지금 보니 왼쪽 것도 괜찮아 보인다.) 실물을 보고 그리면 좋았겠지만 냉장고에서 금방 나온 포도에 물방울이 계속 맺히는 바람에 사진도 간신히 찍을 수 있었고 사진을 찍은 후 불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포도알들은 금방 자세가 무너져 버렸다.
포도 사진 촬영 (오른쪽 사진으로 그림을 그리기로 결정)
우선, 사진 속 포도 한 알을 골라 시험 삼아 온전히 색을 올려보기로 했다. 이렇게 한 알을 먼저 온전히 그려보면 미리 색상 테스트도 되고 어떻게 그려야할 지 감을 잡을 수 있어서 나머지 포도 알 들은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진도를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첫 번째 포도알 온전하게 그려보기
첫 번째 포도알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두 번째 포도알을 그리고 있는 모습
이렇게 튀는 두 개의 포도알을 그리고 나서는 뒤로보이는 포도알들을 그려나간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네 알은 한꺼번에 밑색을 칠하고 한 층 한 층 색을 쌓아 올린다. 채색 전 종이에 물칠은 하지 않고 묽은 농도의 물감으로 색을 옅게올려간다.
포도의 색을 점차 올려가는 과정
이렇게 조금씩 하루에 2~3시간씩 색을 쌓아 올려 9일째 되는 날에그림을 완성했다.
포도. 2019.5.26. by 까실 (A4, 종이에 수채물감)
그림을 그려보면 꽃잎이나 잎보다는 열매 같은 덩어리가 더 표현하기 쉽다. 쉬운 것부터 하면서 자신감을 얻으면어려운 것도 조금 쉽게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아직은 내 그림에 자신감이 없고 다 그려놓고 보면 항상 뭔가 부족한 것 같고 재미없어 보이곤 한다. 그래도 이렇게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 만족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