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실 Mar 11. 2020

동네꽃#24 진달래.. 집에서 일찍 만나는 봄꽃

진달래, 철쭉, 산철쭉, 영산홍의 구별법

어제 봄비가 왔다. 창문을 여니 촉촉한 비 냄새와 함께 따뜻한 봄 냄새도 함께 느껴졌다.

여느 해 같으면 봄 맞을 생각에 가슴이 설렜을 요즘인데 답답함과 걱정, 안타까움이 가득한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야외 활동, 모임 등을 자제하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 많아졌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맘 잡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게 되지는 않는다. 역시 시간보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3월 초라 가장 먼저 피는 꽃인 매화도 아직인데(작년에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 매화는 3월 20일 경 피었다.) 이런 칙칙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릴 봄꽃을 찾던 중 화사한 진달래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다. 4월은 돼야 꽃이 필텐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2018.4.1. 동네에서 촬영한 진달래 사진들

이렇게 세 장의 사진을 골라놓고 고민하다가 아랫 지방에 사는 분들이 요즘 찍은 사진이라고 인터넷에 올리는 진달래 꽃 사진들을 보니 봉오리 사진들이 많았고 아직은 시기적으로 활짝 핀 진달래 꽃은 좀 안 어울릴 듯하여 세 번째 사진을 선택했다.

사진을 보면서 진달래 꽃을 그리고 있는 모습

꽃 봉오리들 사이에서 이제 막 꽃잎이 벌어지면서 암술이 먼저 길쭉하게 나오고, 말려있는 수술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모습은 마치 화사한 봄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마음 같기도 하다.


내가 이 꽃을 찍었던, 내가 살던 동네는 대모산 바로 아래에 있어서 주로 산에서 볼 수 있는 진달래와 같은 꽃들을 아파트 단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현재 사는 동네에서는 진달래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잎이 남아있는 일본산철쭉으로 보이는 꽃나무들만 많이 보일 뿐이니 말이다.


진달래철쭉류보다 꽃이 시기적으로 일찍 핀다. (내가 찍은 사진 기준으로 진달래는 3월 말부터, 철쭉류는 4월 말부터 꽃이 핀다.)

진달래. 2016.4.1. 대모산에서 촬영

사실 진달래는 구별하기 어렵지 않다. 잎이 없이 마른 가지에 우아한 연분홍색으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헷갈릴 것도 없이 딱 보면 진달래임을 알 수 있다. 구별하기 힘든 꽃은 진달래과의 다른 철쭉류 꽃들이다. '철쭉'과 '산철쭉', 그리고 '영산홍'으로 많이 불리는 일본산철쭉은 모두 잎과 꽃이 함께 피어있는 모습인데 특히 산철쭉과 일본산철쭉은 구별이 쉽지 않다.


철쭉은 알고 보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아니었다. 우리가 철쭉이라고 알고 있는 동네에서 흔히 보는 꽃들은 대부분 일본산철쭉이거나 산철쭉이다. 산철쭉 잎은 낙엽이 지고 떨어지는데 반해 일본산철쭉 잎은 겨울이 되어도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철쭉의 잎과 꽃 (출처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일본산철쭉의 단풍 든 잎. 2012.9.22. 동네에서 촬영

철쭉은 나무 자체가 크고 꽃과 잎 모두 진달래나 산철쭉, 일본산철쭉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 더, 철쭉은 산철쭉이나 일본산철쭉과는 달리 일본에는 없고 한국과 중국에서만 자생한다고 한다.

철쭉 나무. 진달래나 산철쭉, 영산홍 등에 비해 나무가 크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아래는 식물원에서 직접 찍은 사진인데 지금 보니 철쭉(황철쭉)으로 보인다. 꽃의 색이 연하고 잎 모양을 보니 맞는 것 같다. 역시 철쭉만의 우아함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을 찾아보니 철쭉 중에서 주황색 꽃이 피는 종은 '황철쭉', 흰색 꽃이 피는 종은 '흰철쭉'이라고 명명함)

황철쭉. 2016.4.28. 신구대식물원에서 촬영

산철쭉은 산지나 물가에서 자라며 낙엽관목으로 반상록관목(잎이 낙엽으로 다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는)인 일본산철쭉과는 다르게 겨울에는 잎이 모두 떨어진다.

산철쭉. 2018.4.21. 동네에서 촬영
흰산철쭉. 2012.4.29. 동네(대모산 공원)에서 촬영

4월 말부터 5월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본산철쭉 조선 초, 일본에서 건너온 꽃으로 수백 종의 원예종으며 꽃의 색깔도 붉은색에서 진분홍, 연분홍, 백색까지 다양하고 화려하다.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으며 산철쭉보다 잎이 더 두껍 광택이 있으며 잎의 길이가 더 짧아 보인다. 보통 영산홍, 자산홍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영산홍은 수술의 수가 5개인 다른 종인 것 같다.

일본산철쭉. 2019.5.1. 동네에서 촬영
일본산철쭉. 2012.4.23. 동네에서 촬영

이번에도 글을 쓰면서 진달래과() 식물들에 대해 공부를 조금 했는데, 매번 느끼지만 식물들의 제 이름을 찾아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역시 식물은 꽃보다는 잎 모양으로 구분하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닫는다.


이제 식물 공부는 끝내고 내 그림 이야기로 돌아가서..

무수히 많은 진달래 꽃 사진을 찍어놓고 진작부터 그리고 싶었지만 그리기 어려운 꽃이라 생각하고 미뤄왔는데 그나마 실력이 좀 나아진 지금 그리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그림은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려서 그런지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작품으로 꽤 만족스럽다. 대한민국 힘내자!! 봄은 반드시 온다!

진달래. 2020.3.8. by 까실 (279 X 356mm, 종이에 색연필)


매거진의 이전글 동네꽃#23 씀바귀.. 하늘하늘한 작은 노란 들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