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드디어 동네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 왔다. 하지만 이미 그림을 그린 매화, 개나리, 진달래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봄꽃들은 4월에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니 3월에는 소재가 부족하고, 4월에는 소재가 많아서 매년 고민이다. 그래서 올해 3월에는 4월에 그릴 꽃 중 하나를 골라서 미리 그리기로 했다.
길가에 핀 철쭉류의 꽃들. 2022.4.18. 동네에서
봄의 한가운데에 왔다고 느낄 때쯤 길가나 단지 정원에 가장 많이 피어있는 꽃은 철쭉류의 꽃들이다. 산철쭉, 흰산철쭉, 일본산철쭉(영산홍, 자산홍, 기타 교배종) 등이 분홍색, 흰색, 주홍색으로 한가득 풍성하게 피어 봄의 절정을 외치는 듯하다.
철쭉류 꽃들이 피어있는 단지 풍경. 2018.4.23. 예전 동네에서
그런데 작년(2021년)에 동네 산책을 하다가 처음 보게 된 이 꽃은 늘 보던 그런 흔한 철쭉류의 꽃이 아니었다.
홍철쭉. 2021. 4. 18~19. 동네에서 촬영
잎과 꽃이 빼곡히 피어있는 모습이 아니었고, 꽃의 크기가 산철쭉보다 컸으며 활짝 핀 꽃에 비해 잎은 새로 나와 연두색을 띠고 힘 없이 돌돌 말려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 꽃은 분명 다른 종류의 철쭉일 것이라 짐작했다.
이 꽃의 이름이 "홍철쭉"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황철쭉"이라고 하는 자료도 있고 홍철쭉이라고 하는 자료도 있어서 그렇다. 그렇지만 옆에 함께 피어있던 다른 노란색 꽃이 "황철쭉"일 것 같다는 생각에 주홍색의 철쭉은 "홍철쭉"이 맞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문가가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황철쭉. 2021. 4. 19. 동네에서 촬영
그때 본 황철쭉과 홍철쭉은 둘 다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다웠다. 그렇지만 홍철쭉의 오묘한 색상이 내 마음을 더 끌었다. 홍철쭉의 색은 주홍색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주황, 분홍, 빨간색이 오묘하고 섞인 신비한 색이다. 그림을 그릴 때도 주황색, 분홍색, 빨간색 계열의 색연필을 총동원해서 그렸다.
홍철쭉 그리는 중. 2022.3.16.
물감은 여러 색을 섞어서 하나의 색을 만든 후에 색칠을 하지만 색연필은 여러 가지 색을 쌓아 올리면서 색칠을 하는 과정에서 색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오묘한 색을 표현하는 데에는 좀 더 어려움이 있다.
홍철쭉 그림 확대 컷. (클릭 후 확대하면 봉오리와 꽃잎 아래쪽 솜털과 암수술을 자세히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꽃을 확대해서 솜털까지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색연필이기에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색감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아름다운 홍철쭉이 종이 위에서 피어난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