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기는 기분을 완결내는 기분
안녕하세요, 이숳입니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은 우연히 알게 된 독립출판페어에 나가고 싶어서 급하게 만들어진 책이예요. 선 페어신청, 후 책 만들기라는 무모한 도전을 했지만 생각보다 아주 뜻 깊고 행복한 결과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은 어떤 기분이야?"라는 말을 실제로 들었을 때, 참 생경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생이 있는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사실 동생은 처음부터 없었잖아요. 어느날 동생이라는 존재가 생긴거죠. 이 만화를 그리면서 느꼈어요. 동생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아주 조금씩 커지고 다가왔구나. 10살 차이나는 건 이런걸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이 좋구나.
10살 아이의 시간은 참 느리죠. 나는 평생 어린이인걸까? 어른이 될려면 100밤을 몇번 자야하는걸까? 그렇게 길쭉한 시간 속에서 엄마의 뱃속에서 동생이 아주 조금씩 자라는걸 바라보며 도저히 실감이 안났지만... 그 동생이 벌써 내년에 19살이네요.
사실 이 책을 독립서점에 입고하러 다니면서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모두가 "와~ 동생이랑 사이가 정말 좋으시겠어요!"라고 말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이 책을 만들고 있을 때, 저와 제 동생 사이는 역대 최악의 냉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훌쩍 자란 동생을 못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내 동생은 순하고 귀여운데.. 저 사춘기 까칠한 고등학생은 뭐지? 내 동생이 아니야... 라고.
이 잘못된 생각을 깨닫기 까지 너무 오래걸려서 동생에게 많이 미안해요. 어리석은 마음으로 동생을 미워하고 외롭게 한게 아닐까. 나도 사춘기 시절이 있었으면서 왜 사춘기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성장하니까 변하는건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만화를 그리던 때에 저는 동생을 이해 못하고 힘들어했지만, 이 만화를 브런치에 연재하는 동안에는 반성하는 시기였어요. 1년전의 저라면 지금의 제 마음을 상상할 수 없을거예요.
또 많은 분들이 물어보신게 "동생이 책 보고 뭐래요?"였습니다.
동생은 이 책을 처음 보고 "이게 뭐야. 흠.."하고 심드렁해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더니 침대 맡에 항상 책을 놓더라구요? 그리고 가끔 그 사춘기 소녀의 무표정으로 와서는 "책 남은 거 있어? 친구 주게"하면서 책을 가져가요. 그럴 때 마다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몰라요. 짜식이 좋으면 티 좀 내지 말이야!
얼마전에는 브런치에 연재한다고 했더니 웃긴 말을 하더라구요. "언니 그거 짭짤한가봐? 나는 뭐 없어? 얼마를 번거야? 내 초상권 침해 아니야?"
<동생이 생기는 기분>을 만들고 가장 즐거웠던 또다른 일은 감상을 듣는거였어요.
저희 자매의 어린시절을 가까이에서 보고 기억하는 친구들은 다 읽고나서 눈물이 났다고 연락을 해주어서 마음이 뭉클 했습니다.
저처럼 동생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분이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 세상이 너무나 고요하다"는 부분에 공감이 되셨다는 얘기를 듣고 아 역시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하고 기뻤구요.
어떤 분은 동생이 생길 조카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셔서 영상을 찍어 sns에 올려주셨는데요. 아이가 책 포장을 뜯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 <동생이 자라는 기분> 다 알게 되었어요. 이제 앞으로 <동생과 살아가는 기분>은 무엇인지 경험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브런치 독자분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많이 웃을 수 있는 따뜻한 겨울이 되시길!
- 그림 그리는 이숳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