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침보다는 휴식을 먼저 생각하다
실외에서 하는 운동은 날씨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주 3일간 내린 비는 나에게 평일 연습을 못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했다. 과거와 달리 마라톤에 대한 나의 열정이 한 풀 꺽이고 체력도 못 미지는 초보자이. 이런 상황에서 뜻밖의 환경 변화는 언제든지 나에게 연습을 미루는 게으름을 다시 촉발시킨다.
내적동기가 약한 상태에서 그런 외부 조건은 행동 장애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안타까워하다가 점점 자기합리화로 결국 포기하는 단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포기는 일시적인 휴식일 뿐 만 장기적인 중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바로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은 70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난 평일 연습을 못한 나의 변이 너무 길었다. 아무튼 토요일 아침 8시부터 대학 운동장에서 조깅 수준으로 달렸다(eazy run). 이번에도 지난번 처럼 정강이통증이 걱정됐다. 연습 전에 스퀴드 100회와 다리와 발목 근육을 풀어주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1~2km에서 항상 나타나는 통증을 염두에 두고 달렸다. 아직은 전과 달리 호흡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초반에 시작할 때 항상 체력적으로 힘들다. 과체중으로 몸 전체가 무겁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1km지점을 지나면 걱정했던 정강이 통증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물론 오른쪽 발목 근처의 통증도 미미한 정도로 느꼈다. 오늘 목표는 10km였다. 변수는 통증이었고 만약이 통증이 나타나면 5km까지 뛰고 그 이후부터는 지난 주말처럼 10km까지 걷기와 병행하여 목표까지 완주할 계획이었다. 막상 1km지점을 통과할 때마다 힘들었지만 무조건 반환점인 5km까지 달려야했다.
어느덧 반환점을 지나면서 계획을 바꿨다. "무조건 목표지점인 10km까지 달린다." 경험상으로 반환점을 돌면, 나머지 거리를 10km으로 볼 때 2km까지는 달릴 만 하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마지막 1~2km를 남겨둔 지점까지 정말 힘들다. 이번에도 5km지점을 돌고 난 뒤에 6~8km까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러나 무조건 뛰어야 한다는 각오로 끝까지 달렸다. 초보 달림이의 간절한 마음이었다.
어느덧 고통 속에 8km지점을 지나고 이제는 결승선까지 보였다. 이제 운동장 트랙 다섯 바뀌만 남았다. 그런데 다리가 아닌 왼쪽 무릎에서 통증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거리 달리기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2015년 처음 장거리를 연습할 때 나타났던 통증이었는데 1년 정도 지난 뒤에는 근육이 단련된 덕분에 그런 고통은 잠시 잊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다시 처음 돌아간 초보달림이의 현실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조금씩 운동량이 쌓이고 근육이 생기면 사라질 현상이라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過猶不及)
"To go beyond is as wrong as to fall short"
일요일 아침, 어제 연습기록을 복기하는 지금 나의 몸 상태 1주일만에 달린 덕분에 양쪽 허벅지가 뻐긋한 정도 이외에 특별한 통증은 없었다. 사실 오늘도 운동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늘 하루 휴식일로 정했다. 적당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근육에 쌓인 피로를 풀어야 내일 또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다음 몇 차례 더 달려봐야 정강이 통증이 완치됐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