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나는 지난주 확신이 무색하게도 저녁 회식을 했다.
오늘은 저녁 회식을 했다. 지난주의 ‘당분간 회식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무색하게도. 물론 이 확신을 깬 주체는 나였다. 오늘 저녁 회식에 참여하실 분이 있는 지를 물었고 동료들 중에 세 분이 가능하다고 호응해 줬다. 누군가가 회식은 고기라고 했고 모두 동의했다. 소고기냐 돼지고기냐에 대한 질문을 한 후 잠시간 침묵이 있었긴 했다. 그 침묵의 이유를 애써 무시하며, 왜 이리 물가가 오른 건지 모르겠고 배가 많이 고프지 않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평상시 주변을 오가며 눈여겨둔 사람 많은 고깃집이 떠올랐다며 한 직원이 추천했다. 회식 장소를 정한 뒤 곧장 사무실을 떴다.
고깃집에 도착하여 매우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된 돼지 한판을 시켰다. 꼬들살, 가브리살, 항정살의 구성이었다. 불판에 하나하나 올리기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굽기 시작했다. 직원들끼리 이런 회식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제일 먼저 불판에 올렸던 꼬들살이 익자 가위로 잘라 모두에게 권했다.
“꼬들살이 맛있으면 진짜 끝나는데. 어서들 드세요.”
갑자기 생긴 회식이기에 모두가 유쾌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맛있거나 재밌었으면 했다. 꼬들한 식감 속에 터져나가는 고소함이 입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사실 전형적인 꼬들살의 맛이긴 했지만, 나름 치명적인 표정을 지으며 맛있음과 즐거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내 서로의 잔을 쳤다. 소맥 두 잔과 사이다 두 잔이 마주치고 각자의 목 넘김을 시작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시원했다. 이 시원함이 좋았다. 이어 가브리살을 구웠다, 좀 더 기름지면서도 고소한 느낌이었다. 순서 상 자연스러웠다.
이내 이야기를 서로 시작했다. 여러 말들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입사 전후의 상황이나 채용 히스토리였다. 최대한 신뢰 가는 표정을 지으며 여러분들은 수십대일의 경쟁을 뚫고 합격하셨고, 아주 뛰어난 분들이라는 격려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나의 입사 전후 썰을 풀며 자연스럽게 갑작스러운 회식을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1) 오랜만에 정돈되지 않은 방식으로 무언가를 실행해보고 싶었다. (그게 회식이든 아니든)
2) A님의 결혼과 C님의 승진을 축하하고 싶었다.
3) 현재 내 글의 등장인물들에게 글 속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도 될까란 우려 섞인 생각이 있었다.
그런 이유들이었다. 1, 2번째 이유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꼬들살 다음에 가브리살을 굽기 시작하듯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3번째 이유를 설명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항정살을 굽기 시작했고 먹기 시작했다. 많이 기름진 맛을 느끼며, 많은 말이 함축된 한마디를 꺼냈다.
“암튼 그렇게 됐어요.”
그렇게 축하와 위로가 몇 차례 오고 갔다. 이내 후식을 시켰다. 분명 우리의 회식은 9시까지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10시가 넘어 있었다. 흔한 꼰대식 회식 엔딩을 고하며, 인사를 한 뒤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회식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깬 나의 이례적인 행위를 복기해 보며, 어떠한 것도 확신할 수 없다고 한 누군가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AI 챗봇을 열어 질문했다. 이내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이 제시됐다. 실은 글을 쓸 때 더 멋있는 말이 딱히 생각나지 않을 때, 나는 이런 행위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 마지막 말을 붙이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 외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In this world, nothing is certain except death and tax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