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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일만

딱 3일만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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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작품 딱 3일만은 학교 전설 탐험대로 유명하신 김정미 작가님의 2023년도 작품이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소녀들의 상큼하고 기발하며 엉뚱한 모험 이야기에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느낌을 담아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내용은 표지에 그려진 두 주인공 쌍둥이 소녀, 제나와 라온이가 오랜만에 만나면서 시작된다.

둘은 성격은 정반대지만 외모는 부모님도 헷깔릴 정도로 쏙 빼닮은 쌍둥이.


하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두 아이는 각자 아빠와 엄마의 집에 찢어져서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아빠와 같이 시골에서 살고 있는 제나는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라온이가 부럽고,

엄마와 같이 서울에서 살고 있는 라온이는 소박하고 고즈넉한 삶을 사는 제나가 부럽다.


정말 오랜만에 만남 이후, 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예전에 했던 장난을 다시 한번 해보자는

의견에 합의한다. 그것은 서로 역활을 바꿔서 3일 동안만 지내보자는 것.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이제는 성장해서 서로의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은 쉽지 않으리란 생각을 하면서도, 서로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그 장난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과연 서로의 공간과 인간 관계 속에서 마냥 부러워 보였던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제는 요원해진 엄마와 아빠를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두 쌍둥이의 두근거리지만 재밌어 죽을 것 같은 신나는 모험이 시작된다.


뭐, 대충 이 정도 내용 소개만으로도 흥미는 충분히 유발하고 제공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전개는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헤어진 쌍둥이의 역활 바꾸기는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골이 날 정도로 많이 사용된 소재니깐.


시초에 해당되는 작품을 거슬러 올라가면, 진짜 쌍둥이만 아니었다 뿐이지 내용 상으로는

거의 동일한 클리셰인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부터 시작되는 유구한 전통의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시대에 이르러서도 그런 선호는 사라지지 않아서, 이미 헐리우드에서 이런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와 드라마가 다수 존재하고, 본인의 경험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주 예전에 학창 시절에

과연 저작권 계약을 맺고 출판한지 의심스러운 걸즈 스토리에서 지겹도록 많이 언급되었던 소재이기도 하다.


하아... 그 시절 추억이 떠오르네. 왜 항상 거기선 뉴욕과 런던으로 찢어지는 게 국룰이었을까?

아무튼 그래서 소재만으로 보면 좀 미안하지만 진부하다는 말이 나올법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재미없느냐? 그건 결코 그렇지 않다. 원래 이런 소재는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결코 그 깊은 맛이 사라지지 않는 영구불멸의 재미를 주는 이야기니깐.


서로 다른 공간에서 겪는 부러움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불편함으로 당황하는 모습,

그리고 불쑥 나타나는 인간 관계에 어버버 거리다가 때로는 망신당하고, 때로는 통쾌하게 반격하는 전개,

거기에 진짜 서로가 소중하다는 의미를 깨닭고 성장하는 결말까지 언제봐도 지루할 수가 없다.


이 작품도 그렇다. 가장 공식적인 왕도를 따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거나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거기다 이 작품에서는 기성 작품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재미의

요소를 좀더 깊이 가미한 테이스트로 결코 식상한 작품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근래에 이래저래 문제가 되는 셀럽의 삶과 그에 연관된 가족들의 고통을 다루고,

이제는 흔한 소재이지만 이혼 가정의 분리에 대한 소통을 다루면서도, 진부하지 않게 부모의 재결합을

추진하거나 서로 내연 상대를 훼방하는 짓 없이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신선함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마냥 평화로울 것 같은 시골 마을에서도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복잡한 인간 관계의 갈등과

서울에서 오히려 관심받는 듯 하지만 사실은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도

나름 치밀하게 다루고 있다. 오히려 쌍둥이가 느끼는 감정을 대비하여 보여주면서 그것의 의미를

좀더 쉽게 받아들이게 잘 서술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발랄하기 그지 없는 두 쌍둥이의 3일간의 유쾌한 일탈이지만

동시에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상대적인 격차와 박탈감, 그리고 공허함에 대한

이야기도 가미한 잘 만들어진 청소년 소설이란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확실이 예전에 나왔던 이야기들이 훨씬 나이브한 느낌이긴 했지.

항상 첫 이야기에서는 이혼한 엄마 아빠의 재혼 상대를 훼방놓고 두 사람을 재결합시키고,

속편에서는 서로의 썸남을 조사하다 의외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러다 주위를 맴돌던 너드 소년을 재발견하고...

되게 클리셰 수준으로 비슷한 느낌이기는 했었다. 하하하... 그래, 내 청춘은 그래도 재밌었어.


아무튼 그런 이유로 과거에 나온 기존 클리셰에 안주하지 않고, 좀더 현실적이면서도 서로의 성장에

포커스를 맞춘 이 작품을 보면 마냥 사탕처럼 달콤한 감상만은 아닌,

쓰지만 은은한 향이 나는 홍차의 향기를 느끼면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참 잘 만든 작품이다. 언제 다시 꺼내 읽어봐도 그때 느꼈던 그 유쾌함과 흐믓함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때 그 시절 클리셰 같던 이야기들에 매료되었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이 책을 아이들과 같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틀림없이 그때 그 기분으로 다시 한번 매료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S 1 개인적인 감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작품내 인물 비중이 좀 불균형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대개 이런 작품은 두 쌍둥이의 비중이 5:5가 정상인데, 내가 느낀 이번 작품의 비중은 6:4 같은 느낌?

제나에게 좀더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느낌이 신기했다. 역시나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배역은

괄괄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얌전한 척을 해야 하는 톰보이들일까나?



P.S 2 이것도 개인적인 감상인데, 결말에 이야기가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가족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잘 마무리한 것 같은데, 역시나 서로의 짝남들의 이야기는 왠지 언급만 되고 끝난 느낌?

속편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어보이는데, 만약 나온다면 꼭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 시대의 역활 바꾸기 쌍둥이들은 과연 짝남들을 상대로 어떤 걸크러쉬를 보여줄지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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