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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초인들이 모여서, 소초모

소소하게 초인들이 모여서, 소초모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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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독서를 하다보면 화끈하게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먹는걸로 비유하자면, 고급 상차림도 좋지만 가끔은 화끈한 떡볶이가 땡기는 그런 느낌?


그런 기분일때 마침 제대로 입맛 저격하는 떡볶이 같은 작품을 만났다.

바로 오늘 소개하는 작품, 창비와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하는 영어덜트 공모전 수상작인

권시우 작가님의 소초모, 오늘 한번 화끈한 기분으로 리뷰해보도록 한다.


배경은 조금 먼 미래의 시대다. 지구 온난화로 해빙되어 나타난 바이러스로 인해

정체 불명의 괴물이 나타나고, 그에 상응하듯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초인들이 나타난 시대가 되었다.


초인들은 저마다 능력을 평가받아서 범초본이라는 초인들로 구성된 정부 조직에 속해서

세상을 위협하는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는 일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여기 그런 괴물들을 제압하는 과정에 화려하게 선보이는 능력에는 한참 못미치는

소소한 능력들을 가진 다섯명의 아이들이 존재한다.


IQ와 기억력이 좋은 율아

식물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란주

사람과 동물의 행선지를 알아낼 수 있는 효석

고양이한테 사랑받는 현우

그리고 활을 잘쏘는 우리의 주인공 연휘


음... 능력이 뭔가 애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생각이 맞다. 진짜 애매하다.

그래서 범초본에 채용도 안되고 세월을 하릴없이 보내던 아이들은 소소한 능력으로 주변에

작은 일들을 해결하는 자기들만의 모임, 소초모를 결성하고 활동에 나선다.


그리고 나선 활동들은 당연히... 눈물이 앞을 가리는 안타까움을 동반한다.

제딴에는 숨가쁜 추적을 해서 확보한 괴물들의 아지트에서 사투를 벌이고 후퇴했다고 생각했는데...

때려부신 건 캣타워? 그냥 동네 고양이 아지트 파괴???


아이들의 웃픈 활약은 안타깝게도 이어진다. 하지만 그러면서 의외의 사건도 벌어진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사는 동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학생들의 실종사건.


괴물들의 짓으로 추정되는 그 사건에 소초모는 소소한 능력을 발휘하여 아둥바둥 그 단서를 찾아 헤맨다.

그러면서 서서히 세상을 둘러싼 음모와 흑막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의 능력과 팀웍과 더불어 갈등도 불거지기 시작하고.

과연 안타까움의 눈물이 앞을 가리는 이 아이들은 초인으로 각성할 날이 올까?


그리고 진짜 초인들과 괴물들을 둘러싼 음모와 아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생각치도 못할 사건을 만들까?

능력은 소소하지만 결코 이야기는 소소하지 않은 아이들의 모험이 시작된다.


일단 책을 다 읽은 감상은 간단하다. 재밌다. 덧붙일 말도 별로 필요없다. 그냥 재밌다.

깔끔하게 재미와 흥미를 꽉꽉 눌러담은 곱배기 떡볶이를 핫소스까지 두번 더 두른 그런 맛이다.

사실 장르적인 느낌으로는 신박한 느낌의 내용은 아니다.


마블 이후 얼마나 많은 초인들의 이야기가 웹소와 장르 쪽에서 쏟아져 나왔던가?

그리고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특별한 저마다의 능력으로 팀웍을 만들고 활약하는 이야기는

시대마다 아이들이 빠져드는 만화 시리즈의 단골 소재 아니던가?


뭐... 요새는 너무 장기 연재가 되서, 부모와 자식이 사이좋게 고무고무총을 날리는 얘기에 공감하게 되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식의 이야기가 익숙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가장 재밌고 가장 확실하게 검증된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도 그렇다. 굳이 무리하게 뒤틀거나 변주곡을 때려넣지 않는 순수한 기본 맛에 매운 수위만 조절한

투박하지만 초심을 가득 채운 맛으로 독자들을 매료한다.

그리고 단순히 설정만 재밌는 것이 아니다. 이런 장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요구되어야 하는

전제조건, 인물들의 매력과 케미가 터져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도 제대로 명중이다.


괄괄하면서도 뒷끝없이 돌진하는 연휘의 걸크에 피식하게 되고, 그런 연휘를 안절부절하며 바라보는

고양이 소년 현우에게 몰입하게 되고, 신비함을 감춘 리더 율아를 주시하면서

최고의 추적자로 성장해가는 란주의 걸음을 따르게 되고, 그걸 서포트하는 효석을 응원하게 된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다 매력이 넘친다. 마치, 혼성 아이돌 그룹이 일부러 만든 설정처럼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같이 케미를 터트리는 이야기가 쉴새없이 재미를 창조하여 이야기를 끌고 간다.

거기에 범초본으로 묘사되는 기득권을 가진 어른들이 벌이는 참 더티한 음모에 맞서는 장면도

요즘 아이들의 심리를 제대로 자극하는 느낌이다.


기성 세대들의 무능함과 사악함은 질렸어! 우리가 바로 잡겠어! 앙팡 테러블!!! 이런 느낌?

그래서 생각보다 긴 이야기여서, 며칠에 걸쳐서 보려던 계획은 산산히 무산되고

새벽까지 페이지를 접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보게 되었더랬다.


덕분에 갈등 후에 봉합과 단결, 그리고 음모를 막아내고 마침내 모든 사건들을 귀결하는 내용까지

보고 나서야 겨우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선물로 쿠키 페이지도 있네?

틀림없이 속편을 예고하는 내용인데... 왜 아직 속편 소식은 없는 걸까?


이 매력적인 아이들이 활약하는 내용이라면, 독자라면 몰라도 작가님이라면 결코 머리 속에서

쉴새없이 뛰어다녀서 쓰지 않고는 못배기지 싶은데.


그래서 오랜만에 맛본 화끈한 떡볶이 맛 소설의 킥을 혀끝으로 느끼는 착각까지 들며

언젠가 나올 이 아이들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며 리뷰를 마친다.


한번 여유가 되면 아이들과 같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혹시 모르지. 어쩌면 나도 모르던 초인의 능력에 각성하는 계기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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