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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수현 Aug 21. 2024

북방 이야기 : 악연 1

[소설]북방 이야기

주루에 올라가 사람들을 물러달라고 하였다. 주인은 난색을 표했지만, 던져준 금자 꾸러미에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나는 홀로 2층에서 술을 들며 기다렸다. 내 목숨을 가지러 올 그 아이를 기다리며 나는 옛 추억을 떠올렸다.


그녀를 처음 만난 날도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여름이었다. 나는 빗속에서 주변에 펼쳐진 피바다에서 서서 눈앞에서 숨을 헐떡이는 나의 옛 사부에게 말했다.


“장군, 이제 끝났습니다. 그만 살행을 멈추시죠.”


“끝나지 않았다. 이 간교한 놈… 네가 본영을 기습해서 수뇌부를 몰살시켰다고 해서 이겼다고 생각하느냐? 황궁으로 향한 주력이 그곳을 함락하고 돌아오면 그것이야 말로, 끝이다. 네가 그 대군을 감당할수 있느냐?”


나는 말없이 그에게 부절을 집어던졌다. 그의 발치에 떨어진 피묻은 부절… 그는 창백해졌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숨겨둔 쌍둥이 동생분을 그림자 무사로 삼아 주력에 배치하고, 장군께서 전력의 공백으로 침투하여 승리하는 방식을… 제가 모를꺼라 생각하셨습니까? 동생분이 치고 올라올것이 두려우셔도 검술 정도는 가르치시지 그러셨습니까? 저항도 못해보고 단칼에 베이더군요. 다 끝났습니다. 투항하시죠.”


장군은… 부들부들 떨며 이를 갈았다. 그러나 투항하지는 않았다. 그는 검을 들고 나에게 향했다.


“장하구나. 가르친 보람이 있다. 너라면 내 목을 줘도 아깝지 않다.”


“필요없습니다. 당신의 판결은 폐하께서 하실겁니다. 투항하시죠.”


“아니, 그럴수는 없다. 투항한다면… 나는 분명히 정치적 거래로 사면이 되겠지. 하지만, 나를 위해 죽은 내 부하들을 생각하면 그런 삶을 살수는 없다. 여기가… 나의 종착점이다. 그리고, 너의 출발점이지. 겨뤄보자.”


그리고, 그는 검을 들고 몸을 날렸고, 나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딱, 16합 걸렸다. 그의 몸에 내 검이 관통되기 까지… 나는 그의 비릿한 피 냄새를 맡으며 그의 품에 안겨들 듯 깊이 검을 찔러 넣었다.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내가 할수 있는 스승에 대한 마지막 도리다. 그가 내 품에 쓰러지며 말했다.


“그래… 그거다. 내 수급을 가지고 돌아가라. 제국은 영웅이 필요하다. 내 목이면, 그것은 충분한 증명이 될것이다.”


“대가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손을 무디게 하면서까지, 내게 수급을 준 대가로 제가 지불해야 할것이 무엇입니까?”


“내 딸의 안전… 그 아이를 돌봐다오. 그것이 네가 지불할 유일한 대가다.”


그리고, 그는 숨을 거뒀다. 나는 그의 수급을 베어 들었다. 딱히, 눈물이 나거나 감정이 요동치진 않았다. 나는 무신경하게 그것을 들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곳곳에 목을 맨 여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장군의 부인의 곁에 그녀가 있었다. 정좌를 한 상태로 나를 노려보면서…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제 원수입니까?”


“그렇다. 이것이 그 증거다.”


“당신을 죽이겠습니다. 반드시…”


“좋을대로 해라.”


그것으로 나는 안심했다.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여 자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사부에게 배우던 시절 멀리서나마 장교들을 보며 미소 지어주던 그 소녀가 아름답게 큰 모습을 보며,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의 무게를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증오의 표정을 보고, 이제 앞으로 그녀의 미소를 볼수 없을 것이란 사실에 비애를 느꼈다.


나는 영웅이 되었다. 군부의 대부분이 참여한 반란을 급습으로 진압하고 황권을 굳건히 세운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며 수도로 입성하였다. 황제는 나를 치하하며, 내가 바라는 소원에 대해서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고 하였다. 나는 그것을 두고 망설일 필요 없이 대답하였다.


“그녀를 주십시오.”


요청은 수락되었다. 그녀는 나의 전리품으로서 내 집에 기거하게 되었다. 나는 하녀들에게 명해 그녀를 단장하고 씻겨 내 방에 들이라고 하였다. 그것으로, 역적의 딸이 당연히 겪어야 할 멸시와 학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에 더 깊은 증오를 보였다. 나는 늦은 시간까지 홀로 술을 들이키다 침실로 들어섰고, 침대에서 붓을 뿌러뜨려 날카롭게 만들어 내게 달려드는 그녀의 급습을 발을 걸어 피하고, 나뒹굴어진 그녀를 내버려 두고 차를 따랐다. 그녀가 나를 노려보자 나는 말했다.


“정직한 급습이다. 팔을 뒤로 하고 있으면 뭔가 숨기고 있단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느냐? 차라리 눈앞에 붓을 들고 있었다면 훨씬 확률을 높였을 것이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던 것도 실격이다. 앉은 자세에서 바로 달려드는 것은 의외로 불안정한 자세다. 무게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마련이지. 서서 기다렸어야 옳다.”


“잘도… 지껄이는 군요. 그럼, 내가 곱게 앉아서 꽃단장을 하고 당신에게 안기기라도 할줄 알았나요?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그런 일은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다. 솔직히 말해… 너 따위가 어찌되건 내가 상관할바는 아니다.”


“그럼 왜 나를 거뒀죠?”


“괜찮은 전리품이니깐. 명장으로 칭송받던 네 부친을 꺽은 승리를 상기시켜 주니깐.”


그녀가 나를 더 노려보았다. 나는, 그녀의 그런 시선을 무시하고 말했다.


“제안을 한가지 하자. 네게 거절의 선택은 없으니 제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 네가 나를 증오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나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사실도. 그 기회를 주마. 단, 하루의 한번만이다. 하루에 한번의 시도를 허락하겠다. 그리고 그것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너를 내 곁에 두겠다. 너를 피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으마. 어떠냐?”


그녀는 왠지 치욕을 삼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오늘은 한번 끝났으니 이만 자거라. 나는 옆방을 쓸 테니, 거기서 눈을 붙여라.”


방을 떠나는 나를 보며, 그녀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러는거죠? 그게 무슨 이익이 있어서 당신은 내게 살해당할 기회를 주는거죠?”


그녀의 질문에,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당연히, 그것은 장군의 마지막 부탁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이유가 바로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조차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뤄지지 않을테니깐…”


그녀는 다시 한번 증오의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러면서, 내 안에서 내 스스로 진짜 답을 말하고 말았다.


‘그대를 지키고 싶으니깐.’


그렇게 그녀와의 삶이 시작되었다. 세상은 빠르게 진정되어갔다. 반란의 기억은 어느새 옛 이야기가 되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관심속에 자신들의 삶을 살아갔다. 그것을 벗어던지지 못한 것은 오로지 나와 그녀 뿐이었다. 의외로, 그녀는 약속을 지켰다.

하루에 한번… 그것은 그녀와 내가 정한 규칙이었으니, 그녀가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살해당할 자는 할말이 없다. 그러나, 그녀는 착실하게 그 규칙을 준수하며 하루도 빼먹지 않고 나를 노렸다.


“다리에 더 힘을 줘서 검을 휘둘러.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나? 네게 맞지 않는 무게의 무기는 고르지 말라고. 그리고 검보다는 독이나 함정이 더 효율적이야. 그것에 집중해.”


“그러면, 내 손으로 당신을 죽일수 없잖아요.”


“영원히 죽이고 싶지 않다면 좋을대로 해. 오늘은 여기까지야. 당분간 집을 비울 테니 나머지는 미뤄둬.”


“뭐라고요? 어디로 가는 건가요? 피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공무다. 전쟁이 벌어졌다. 북방에 출진해야 한다. 그때까지 기다려.”


“하루에 한번은 나의 권리에요. 부재 기간 동안의 기회는 떼어먹을 생각인가요? 갔다 와서 한꺼번에 노리게 해줘요.”


그녀의 집착에, 나는 어이가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일부러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러시던가.”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말을 그녀에게 들었다.


“반드시… 반드시 죽지 말고 돌아와야 해요. 내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깐.”


그녀의 대수롭지 않은 그 말, 왠지 모르게 그 말에 가슴이 설레였다. 나는 조금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그녀를 돌아보지 않고, 대꾸도 하지 않은채로 고개만 끄덕이고 출진했다. 전쟁은 대승으로 3개월만에 끝났다. 사람들은 평소와는 다른 속공으로 재빠른 섬멸을 주장한 나에게 의아해 하였지만, 예상밖의 대승리에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 전투에서의 승리보다는 조금이라도 그녀를 빨리 볼수 있다는 사실에 더 만족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예상밖의 인연에 대해서 기뻐했다.


“삼촌…”


“살아있었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내 큰 형님의 아들… 예전 장군의 반란에서 인질로 잡혔다가 북방의 민족들에게 노예로 넘겨진 아이… 나는 나의 조카를 거기서 구출해 내고 나를 아버지 대신 아껴주셨던 큰 형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 아이는 하지만 내게 생긴 작은 변화에 대해서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 역적의 딸을 데리고 있다고요? 그리고 심지어, 그 계집이 삼촌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고요? 왜 그런 행동을…”


“괜찮다. 나는 죽지 않는다.”


“하지만, 삼촌… 그래서는…”


나는 그 아이에게 딱히 부연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돌아왔을 때 그 아이는 상당히 놀랐을 것이다. 돌아오자 마자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사람이 바로 그녀였으니깐.


“대승을 축하드립니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그러니깐, 제발 죽어!”


그리고 그녀는 다짜고짜 칼을 집어던졌다. 나는 그녀의 칼을 피하고 바닥에 함정을 피하고 기둥에 묶인 은사를 피하며 말했다.


“서른네번째, 그래도 훈련을 열심히 한 모양이구나. 칼의 무게감이 좋다. 그리고 함정도 티가 덜나고. 바보들이라면 속겠구나. 음, 활을 익힌 것도 좋은 판단이군.”


그날 그녀는 백번도 넘는 살해 시도를 했고, 결국 보다 못한 조카가 나섰다.


“그만두시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넌 뭐야!”


“대장군의 조카입니다. 그만두지 않으면 저도 더는 가만있지 않을겁니다.”


“이건 정당한 약속이다. 관련없는 사람은 방해하지 마!”


“그 말도 안되는 약속에 누가 납득을 한답니까? 내가 당신을 막겠습니다.”


그리고 칼을 빼들고 막아서는 조카와 그녀를 보며 나는 말했다.


“잠깐 붙들고 있어라. 아직 일흔번 정도 더 남았지만, 목욕은 좀 느긋하게 하고 싶구나. 끝나고 마저 하자.”


그렇게 말하고 어이없어 하는 두 사람을 두고 나는 집으로 들어왔다. 조금, 기분이 좋았다. 왠지 모르게 공격은 정밀해졌지만, 살기가 없는 그녀의 공세… 그리고 내가 온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목욕을 마치고 느긋하게 그녀의 남은 공격을 다 피해내고 분해하는 그녀에게 다녀온 선물을 건내주었다. 그래도 여자아이이긴 한건지 북방의 좋은 분과 향에는 좋은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원정의 결과는 충분했다.


그렇게 일상은 흘러갔다. 하루하루 그녀의 공격은 싫지 않은 삶의 활력소였다. 조카는 그런 그녀를 내보내라고 말했지만, 나는 웃으며 그것을 만류했다. 조카가 보이는 그녀에 대한 적의에 대해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건 안될 말이었다. 

그리고… 요즘들어 그녀는 더 이상 처음에 왔을때처럼 복수에 미친 복수귀는 아니었다. 하루하루 실력이 향상되어가면서 자신감을 가지며 미소짓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르게 강렬한 적의는 사라져갔다.


“조정에서 퇴청하실 때, 계란과 우유를 좀 사와주세요.”


“그건 어렵지 않은데, 장바구니 내려놓을 때 공격하지 않는다고 약속하거라. 저번처럼 계란이 왕창 깨지는 일은 달갑지가 않다.”


“이제 그런 촌스러운 방법 안써요. 그리고 버섯조림을 하게 후추도 좀 사다주시고요.”


“음… 오늘은 광대버섯으로 하는 독살인가?”


“네, 그러니 드시지 마세요. 제가 맛있는 부분 다 처먹을때까지 구경만 하고 계세요.”


그날의 암살 시도는 식사가 아니라, 목욕물 온도 상승이었다. 예전에 비하면 귀여운 시도다. 그녀는 여전히 착실하게 나에 대한 암살의 시도를 하루하루 포기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것을 포함하여 평온한 일상이 자리잡아 갔다. 나와 내 조카와 그녀는 왠지 조금 이상한 가족처럼 그런 시간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 시간이 나에게 있어서는 내 일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항상 그런 행복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황제 폐하가 붕어하셨다.


수많은 반란에 시달리며 나라를 바로 잡은 황제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다. 그리고, 새로 즉위한 황제에 대해서 다들 우려하였다. 무도한 자… 새로운 황제는 선제의 유일한 오점이었다. 하지만, 나는 제국의 대장군이었고, 나는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여야 한다. 그것이 군인으로서의 나의 의무였다. 그는 나의 부복에 흡족해하며 연회를 열었고, 나는 다소 어색한 그 연회에서 황제가 한 제안에 당황해야 했다.


“그 아이를 달라고 하셨습니까? 폐하 하오나… 그 아이는 역적의 여식으로 제가 시첩으로 데리고 있던 천한 아이인데…”


“하지만, 미모가 절색이고, 출신도 방계라 해도 황족이 아니오. 내 그녀를 후궁으로 들이고 싶소. 듣자하니, 대장군이 말은 시비라 해도 실상은 여식처럼 아끼며 옛 스승에 대한 도리를 다한 모양인데… 수고하셨소. 내 그녀의 역모에 대한 죄를 사면하고 후궁으로 들여 집안의 명예를 바로 세워줄 생각이니, 그녀를 보내주시오.”


나는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말없이 부복할 뿐이었다. 마음속으로… 칼이 후벼파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보내야 한다. 그것은 옛 스승과의 약속이다. 그녀가 황제에게 가면, 더 이상 그녀가 역적의 딸로서 핍박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으로 약속은 지켜진다. 내 안에 있는 그녀에 대한 마음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래서 내 마음을 억누르고 집으로 돌아와 그녀에게 말을 전했다. 그녀의 칼이, 내 미간위를 스쳤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는 나를 벨 생각도 없었다. 언젠가부터 그녀는 더 이상 나를 진심으로 노리지 않았었다. 그녀가 말했다.


“나를… 그 후궁이 천명이 넘는 그 개자식에게 보내겠다는 건가요?”


“황명이다.”


“당신은… 나에게 약속을 했어요. 내가 당신을 죽일 기회를 주겠다고.”


“황제의 침소에서 고언해라. 나를 죽이라고. 아마, 황제는 처음에는 망설이겠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를 의심할 것이다. 그것으로… 너의 복수는 완성된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고 오랜만에 나를 증오를 섞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그 눈빛은 처연하게 바뀌었다.


“왜… 왜 당신은… 나를 보내려 하는 건가요? 아직까지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나요?”


알고 있다. 그러니… 더 보내야 한다. 점점 무뎌지는 그녀의 칼날에 나는 그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일어서며 말없이 돌아섰고, 갑자기 그녀는 내게 달려들어 내 등을 끌어안았다.


“제발… 제발 나를 보내지 말아요. 여기 남겨둬요. 부탁이에요. 제발… 나를 당신에게서 떨어뜨리지 말아줘요.”


그녀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촉촉해지는 느낌에서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더 냉정하게 말하며 그녀를 떼어놓았다. 그리고 그녀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준비해라. 곧, 황궁의 사람들이 모시러 올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남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날처럼… 나는 비를 맞으며 마음속으로 그녀가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을 황궁의 여인으로 안전히 살아갈 것에 대해 기뻐하려 애썼다. 하지만, 좀처럼… 내 마음은 내 거짓말에 속지 않았다. 비가 내려 눈물이 보이지 않는 다는 사실을 나는 안도해야 했다.


황궁에서 그녀를 데려오길 예정된 날, 나는 일부러 집을 비웠다. 일부러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소요가 일어난 북방으로 부임을 자원했다. 그리고 넓은 하늘을 날아가는 매를 보며 그녀가 지금쯤 황궁에 도착했으려니 하며 술을 들이켰다. 그러나, 그녀는 황궁에 도착하지 않았다. 황궁의 칙사들은 모두 살해 당했다. 그리고 범인들은 그녀를 탈취하여 달아났다. 


그리고 반란이 일어났다. 이 모든 일의 주모자는… 나의 조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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