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수현 Jul 13. 2022

나 혼자 키우는 엄마는 꽃사장님

'육아'라는 회사에 '엄마'라는 직책

(다 나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

내 동거인 세미가 결국 다시 감기에 걸린 것 같다.


이 놈의 여름, 냉방병, 감기, 으으으! 거의 뭐 한 달에 한 번씩은 비염으로부터 감기에 걸리면 코가 막혀 기침이 잦아진다. 기침이 잦아지면 특히 밤에 잠들어서도 기침을 하는데 심해지면 꼭 기침하다 구토를 하게 된다. 조금 전에도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구토하는 세미를 케어하면서 서둘러 잠 잘 곳을 정리해야 하는데.. 다행히 오늘은 여분 이불이 남아 있어서 호다닥 해결할 수 있었다.


육아도 일처럼 경험이 쌓이면서 익숙해지는 부분들이 생기니 확실히 처음보다는 해결 능력이 빨라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지금 나는 '육아'라는 회사에 '엄마'라는 직책을 맡아 살아가고 있다 여긴다.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입장으로서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의 부담이 조금은 덜어진 느낌이랄까나. 또한 일과 사생활을 분리시키듯 진짜 나만의 사생활과 세미와의 일상을 아주 조금 분리시킨 후로는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어 육아가 수월해졌다.


하루 딱 30분 홈트 후 시원하게 샤워하기 라던가, 육퇴  맥주라던가, 밀린 드라마 몰아보기 라던가, 어린이집 보내고 집안일은 잠시 미뤄두고 예쁜 카페에서 커피   이라던가, 아이를 위한  말고 그동안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사지 못했던 내가 갖고 싶은  결제하기 같은 진짜 나의 사생활들이 필요하다.


다른 직업처럼 힘들다 해서 도중에 그만둘 수 있는 일은 절대로 아닌 거니까, 아이가 자라서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하니까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힘든 날도 조금은 수월하게 넘기게 된다.


쉽게 말해 진짜 나의 모습을 잃지 않아야만 육아를 하면서도 버틸 힘이 계속 생긴다는 말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우리 엄마가 "너희 때문에 다 참고 살았어."라고 말씀하실 때마다 끔찍하도록 내가 너무 싫었다. 물론 지금은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그 당시의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니 이제는 충분히 고맙도록 괜찮지만 적어도 세미에게는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고 싶으니까.


꾸역꾸역 다 참아내고 견뎌내야만 하는 '엄마' 말고 내 인생도 잘 살아낼 수 있는 멋진 '엄마' 하고 싶다.


"세미 엄마는 목소리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고 엉덩이도 예쁘고 손도 예쁘고 다 예뻐. 엄마 옷이 제일 멋져, 예뻐."라고 매일 아침마다 밤에 잠들기 전마다 심쿵하는 말 폭격으로 해주는 직장 상사가 또 어디 있을까. 월급도 아니고 하루 일당에 보너스까지 매일 챙겨주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아마 내 인생 최고의 직장이 될 듯싶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 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혼자 키우는 엄마는 꽃사장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