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세미야, 엄마 이름이 뭐야~?
세미 : 송슈현(송수현)
엄마 : 엄마 무슨 일하지~?
세미 : 엄마는 꽃사쟝님(꽃사장님)
"응애응애" 정말, 울기만 하던 아이는 곧 "옹알옹알"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했고 어느새 "엄마맘마"와 같은 사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세미에게 매일 습관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해서 이것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세미 이름은 이세미, 엄마 이름은 송수현, 할머니 이름은 김금순, 할아버지 이름은 송용현! 세미는 엄마랑 살고 있고, 우리 가족은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이모, 가을이! 아빠는 같이 살고 있지 않지만 가끔 만나 안녕-만 하는 거야. 그리고 엄마는 꽃사장님 일을 해요~" 그 외에도 "엄마는 할머니 뱃속에서 태어났고 우리 세미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어. 그래서 엄마는 할머니의 딸이고 우리 세미는 엄마의 소중하고 예쁜 딸이란다.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해."
그 덕분에 만 3세, 올해로 4살이 된 세미는 알려준 것들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을 척척 잘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잘 따라줘서 고맙다가도 아빠 없이 나 홀로 키워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과 흐트러짐 없이 바르게 키워야 한다는 (어쩌면 쓸모없을) 부담감으로 어린 세미에게 지나치도록 많은 것들을 바라 왔던 건 아닌지 뭉클,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오래가지 않도록 세미는 나에게 배운 예쁜 말들로 나를 위로해 준다.
"토닥토닥, (작은 손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살~사알 내 팔을 쓰다듬으면서) 세미가 엄마 예쁘다 해주는 거야."
"(뽀뽀 쪼옥해주면서) 엄마, 힘내힘내"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엄마가 제일 좋아,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좋아."
"엄마 꽃사장님 일해요, 세미는 어린이집 갈게요."
"어서 어린이집 가요~, 세미 안 울고 잘 놀고 있을게요!"
최근까지도 "싫어, 안 해, 아니야"만 강력하게 외치는 미운 네 살의 세미였는데, 진정한 공감과 충분한 대화로 집중 관리(?)를 했더니 울며 떼쓰는 일이 줄었고, 이제는 제법 말이 잘 통하는 예쁜 네 살의 세미가 되어가고 있다.
세미는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에 속한다. 까다롭다를 풀어서 설명하자면 섬세하단 뜻인데 거기에다 세미는 감성적이며 오감이 아주 예민한 아이다.
맛을 잘 구별하고 입이 짧다, 냄새를 잘 맡아 아주 조금의 불쾌한 냄새가 나면 구역질을 한다, 만지고 만들고 그리기를 잘하고 촉감 놀이를 가장 좋아한다, 조금만 시끄러워도 불편해하고 작은 소리에도 크게 놀란다, 아주 작은 것들을 좋아하면서 아주 작은 것들에 불편해한다.
표현이 솔직하고 (예쁜 단어의 구성들로 이루어진) 대화로 타협하기 좋아하는 말 많은 수다쟁이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역시나 세미도 말이 참 많고, 감정 표현과 의사 표현을 확실하게 할 줄 안다.
당연하듯 나를 닮게 태어났지만 (우리는 둘이 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를 더 닮을 수밖에 없는 내 미니미.
최근 엄마와 세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어릴 적 모습과 세미가 많이 닮았다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육아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눈물이 많고 까탈스러운 내가 유별나다 느껴졌다 하셨다. 하지만 공감 능력이 뛰어나 감정이입을 잘해서 눈물이 많을 수밖에 없고, 표현이 솔직해 좋고 싫음이 확고해서 까다롭다 여겨진 것이었다는 걸, 그게 유별난 것이 아니라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 또한 어려서부터 그런 내 성향이 단점이 아닌 장점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런 내가 나는 너무 좋다! 세미도 같은 마음이길.
아무리 나를 닮았다 해도 내 뱃속으로 낳은 내 딸이라 해도 나 혼자 키우는 엄마는 더더욱 처음이라 난처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해 수시로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고(자기 성찰이랄까나) 이미 나에 대해 깨나 잘 알고 있는 편이라 나를 닮은 까다로운 기질의 세미를 이해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크지 않다. 그리고 육아에도 내공은 쌓이니까!
내가 가장 잘하는 '한결같이 차근차근 천천히'를 육아에도 적용시키면 결국 언젠가는 그 진심이 세미에게도 가닿게 된다. 나를 닮은 세미의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해 줄 수 있어 뿌듯하도록 기쁘다.
그래서 나는 좋은 엄마보다 '송수현'스러운 '이세미'의 엄마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을 지켜내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
+
세미가 축복이 시절부터 꿈꾸던 장면이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어느 날의 '뽀빠이화원'에서 나는 꽃을 만지고 있고 세미는 내 옆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면! 그런데 꿈에 그리던 그 모습을.. 바로 며칠 전 이루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비교적 또래보다)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한 가지 놀이를 집중해서 잘하는 편이라 혹시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정말 누구 딸인지 그림 그리기, 점토 놀이 등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소근육 발달 놀이를 참 좋아한다. (누가 봐도 내 딸이지)
점토로 '엄마 꽃(미니꽃다발)' 만드는 건 기본이고 요즘엔 엄마 그림 그려 여러 번 접어서 편지라며 선물로 주는데.. 심장이 아프다. 곧 있음 엄마 자리도 뺏길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때까지 더 열심히 예쁘게 꽃꽃 해야지!
소신은 주로 있으나 편견이 별로 없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패션을 전공했지만 유행과 같은 트렌드를 고집하진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확고했고, 남들과는 항상 다른 것을 추구하면서 특이가 아닌 특별하길 원했다. 누가 더 예쁘다가 아닌 각자의 예쁨은 다르다,라고 생각하기에 모두의 예쁨을 존중하고 싶었고, 그리고 반대로 내가 추구하는 예쁨도 존중받고 싶었했다.
뽀빠이화원의 미니꽃다발은 미리 예약주문 또는 만들어져 있는 꽃다발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에요. 뽀빠이화원에 방문하여 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골라 선택하여 저에게 알려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한 손에 들 수 있을 만큼의 작은 꽃다발로 제작해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반드시 직접 골라야만 만들어드리기 때문에 '알아서 해달라고 하시면 만들어드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매뉴얼에도 써 두었어요.
내가 고르는 꽃으로 만들어지는 이 세상의 단 하나뿐인 미니꽃다발!
내가 심히 까다롭기도 하고, 각자의 예쁨을 존중하다 보니(꽃은 그 자체로도 예쁘지만 더 예쁠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다 보니) 웬만해선 어려운 손님이 없다.
10년째 매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예쁨은 다르기 때문에 매번 각자 다 다르게 꽃을 고르는 것도 여전히 신기하고, 다 다르기 때문에 매일 똑같다 여길 수 있는 일이 새롭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이 아직까지도 너무너무 재미있다!
알아서 해달라고 하면 절대 안 해주는, 이 세상 하나뿐인 꽃꽃만 만드는 '뽀빠이화원' 꽃사장님이(그리고 까다로운 세미의 엄마가) 나에겐 천직인 듯싶다.
p.s.
세상엔 정말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 또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절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부분들로 인해 서로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각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원하고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을 찾아야만 지난날의 상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행복을 , 그 상처를 완벽하게 찾아주거나 치유해줄 수 없겠지만 , 오로지 나를 위한 미니꽃다발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몰라주었던) 나에 대해 깨닫도록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꼭 전하고 싶고, 각자의 예쁨은 다르다는 걸 '뽀빠이화원, 미니쏭의 미니꽃다발'을 통해 널리 알리고 싶다.
인생에서 진짜 행복을 만나려면 나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언젠가는 꼭 찾아야만 하니까!
지금까지 해온 10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한결같이 차근차근 천천히' , '송수현스럽게' 해내고 싶다.
'뽀빠이화원'을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부디 행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