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2019.01.16

by 종이소리

기와지붕 아래

양옥집 옥상이 살고

그 아래 슬레이트 지붕이 살고..

그렇게 마을은 어우렁 더우렁

살아내고...



[통영, 소반장 2019]

국가무형유산 소반장 보유자 추용호 장인은 이 터를 남기고 2024년에 타계하셨다.


이 사진을 찍은 해가 2019년 1월 16일이었는데,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을 한 프레임에 박제해 놓은 듯한 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서성였다.


전통의 기와, 근대의 양옥, 그리고 또 숨은 기와, 그리고 가난을 딛고 일어선 슬레이트 지붕이 겹쳐진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건축물 연대기였다.


서로 다른 시대의 지붕들이 층층이 살 맞대고 정겨운 풍경처럼 보인다.


가장 높은 곳에서 화려한 단청을 뽐내는 기와지붕, 그 아래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양옥의 평옥상, 그리고 낮은 곳에서 보일 듯 말 듯 늙은 기와지붕 앞으로 세월을 견뎌온 슬레이트 지붕.


단순한 도시의 조각이 아니라, 우리가 거쳐온 격동의 건축사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현장 같았다.


불협화음처럼 복잡해 보이는 장면 앞에서 '살아남은 것들의 조화'라는 가치로 담은 장면.


기와는 우리의 정신을, 양옥은 우리의 성장을, 슬레이트는 우리의 인내를 상징한다는 의미를 새기며, 건축 역사가 짧다고 하는 한국이라서 또 가능한 풍경이라는 위로와 소반장의 터가 유지된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왔던 날. 골목 안에 압축해 된 나는 알 수 없는 그 시간의 궤를 지나며 머리를 조아렸다.


​낡고 초라한 집 한 채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터가 품고 있는 '장소의 정신'에 바치는 인사였다.


서로 다른 이유를 살았던 사람들이 한 골목에서 지붕으로 살고 있는 알록달록한 풍경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진정한 도시의 얼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