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4
강렬한 파란색 벽,
그 아래 바닥에 흩뿌려진 분홍꽃잎,
그리고 그 끝에 자리한 꽃나무를
번갈아 보는 내내,
현실과 소망의 경계를 드나들었다.
단순한 열정에서 시작한
이 장소를 기록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고
셔터를 누른 것은 눈물이었다.
다시 만날 수 없다는
부정할 수 없는 결론이 터뜨린 서러움이었을까.
우리 삶의 장소는
단순히 우리의 행동,
욕구, 감정, 기대를 뒷받침하는
어떤 존재를 넘어,
친구, 동료, 가족과 같은
삶의 터전이 되어
개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삶의 질을 향상하며,
우리 존재의 핵심과 연결되는
신경망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신경망이 어그러진 것이다.
벽에 써진 '철거'라는
빨간 글자를 본 순간에.
"이 길을 오고 가던
골목의 주인들께서
이 아름다운 분홍 꽃길을
무한히 누렸기를 바랍니다."
Place is not just the 'where' of something; it is the location and the stage of our experience." 장소는 단지 무언가가 있는 '곳'이 아니라, 우리 경험의 위치이자 무대이다.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장소와 장소 상실》
(원제: Place and Placelessness, 1976)
멸실되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이 무대가 영원한 추억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