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꽃

2025.05.22

by 종이소리



"이 꽃이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한 번 맡아 보련?"


오늘 가실까,

내일 가실까,

온 식구들 마음 졸이게 하시더니

어제부터 휠체어 타시

마당을 유람 중이신 어머니께

토끼풀 꺾어

꽃반지를 끼워드렸습니다.


"이 꽃반지 끼시고

건강하게 후딱 일어나셔서

오래오래 사세요."


"떼끼! 그런 소리 마라.

누구 잡을 일 있냐?

얼른 가야지.

그래도 갈 때 가더라도

너희 고생 안 시키고

멀쩡하게 걷다가 가야지,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지.."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시는 분을

혼자 걸으실 정도까지 만들었더니

멀쩡하게 걷다 가시겠다는 건

또 무슨 심뽀래?

진짜 점점 더

미워지려고 하네.."


"너 골병들게 만든

죄인이 얼른 가야지.

이제 고만 살려 놔.

연명치료거부 증서도 있어.

그냥 가게 놔둬"


꽃구경 가자시더니

유언꽃을 심고 오신 어머니와

오늘 또

옥신각신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도 어미인지라

어머니 마음이 어떤 심정인지

알고도 남음이 있는데도..

서글프고 속상한 마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 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 마음도 모르는

그런 계절이 야속한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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