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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1964

20190531

by 종이소리

꽤 이른 아침이었다.

창 밖에서 이름 부르는 소리에

어설프게 들었던 잠에서 깨어

나가보니 우체국택배 아저씨였다.


"작가님, 책이 온 거 같네예~"


어느 누구 올 사람 하나 없는

이 은밀한 주소에 책이 도착했다.


기억을 살포시 더듬으니

임 선생님께서 자료 보낼 테니

주소 알려 달라셨던 말씀이 떠 올랐다.


통영 옛 풍경 사진 자료를 부탁드렸더니

"통영 가 본 적 없다" 하셨는데

보내주신 책에 1964년도

통영 풍경이 담겨 있다.


통영해저터널1964.청암 임정의

책을 펼치다가 한참 웃었다.

통영과 충무를 달리 해석하신 것 같다.


1964년이라니..

내가 태어나기 전,

통영은 충무였구나.



충무항과 해저터널의

1964년 모습을 보니

참 싱그럽다.


해저터널 앞 자동차는

지금보다 더 세련된 디자인이고

자전거를 탄 소년은

지금 어떤 모습일지

어디 살고 있을지..


옛 풍경 들은 참

희한한 생각이 드나들게 한다.


복이 많은 팔자를 타고났는지

이웃에 살고 계시는 교장선생님께서

통영문화원에서 발간한 통영 역사집을

손수 받아오셔서 선물로 주셨다.


어쩌다 통영살이를 할 상황이니

이참에 통영 공부하면서 머리 식히라는

말씀을 넉넉한 인심처럼 멋진 표정으로

토닥이고 가셨다.


덕분에 통영 역사문화 활용

굿즈 디자인이 제법

순조롭게 탄생할... 지도 모르겠다.


통영은 어마어마한 역사이야기부터

천혜의 맑고 깨끗한 풍경과 어우러진

자연문화자산의 박물관이며

박경리, 유창환, 전혁림, 윤이상, 이순신

옻칠명장 김성수관장님을 비롯 문화예술인의 고장이니까.


능력 밖의 일이 주어져서

잠을 줄이는데도 행복하다.


그런데........

1964년에 해저터널 앞을 서성이셨던

임 선생님의 눈빛은 저 예쁜 색채 속

어디쯤에 머물렀을까..

강구안 풍경은 어디에서 찍으신 걸까?

이런 상상으로 보내는 오늘.

추억이 되겠지. 또 다른 오늘이 오면

《연명에서 연명하기 201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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