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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보면 서툰 그림도 완성에 도착하는 거야.

2014.03.07

by 종이소리

어수선한 생각들과

간간히 튀어 오르는

날치 같은 '화'도

함께 동침을 했는지

어깨가 꼿꼿하다.

황태덕장에 걸린 기분이다.


그럴 땐 별수 없이

낙서로 하루를 연다.


가다 보면 서툰 그림도

완성에 도착한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차이보다

중요한 건

끝까지 완주했다는 거,

그 의지가 예쁘잖아?


"참 잘했어"


잘못한다고,

나는 자격 없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했던

나약한 결정이

때론 '후회'라는

꼬리표로 따라다녔던 어제.


자신이 없는 건

자격도 재능도 아니라

포기가 빠르다는 거였다.


그런데 살아내고 보니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지레짐작, 자기 비화가

가장 큰 후회의 뿌리였다.


잘 못해도

나름의 성과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더 잘하게 될

도약의 뿌리가 있다는 것을

서툰 그림 한 장이 알려준다.


못 그렸어도

내가 좋아하는 나무가 서 있고

멋진 그림이 아니라도

바람이 다녀갔다는 흔적이

흔들흔들 나무로 그렸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완성이다.


누구나

그런 서툼이 시작이고

누구나

그런 과정이 완성이라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삶.


삶이란,

오롯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그림, 유일한 멋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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