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찬란했던 그대에게

2020.04.23

by 종이소리


4월에는 빨간 봄

화려한 캐노피 아래

떠나는 영혼 묻어 달라는

유언을 써야겠다.


마지막 변덕이 마음에 든다.

얼마나 생기 넘치는 주검일까.


때가 되면 바람 타고 내려온

빨간 손가락이 토닥토닥

쓸모없는 흙무덤 너도나도

작신작신 밝아 줄 터이니.


2020.04.23


그리고

2025.06.26


어느 유언보다

먼저 떠나버린 나무.

베어버렸을까

뽑아버렸을까

이웃집 '주차장'에게

어이없이 목숨을 잃은

나의 빨간 캐노피.

삼가

"고목의 명복을 빕니다"


그랬을 거야.

막걸리라도 한 잔뿌리며

나무가 수고한 생을 위해

무릎 꿇고

머리 정도는 숙였을 거야.

정중하게

엄숙하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