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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도로 사이나무

2022.06.

by 종이소리

"어느 날에 내가

하느님께 불려 가게 되면

'당신께서 제게 주신 재능을

아낌없이 모조리 다 쓰고 왔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미국의 유머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마 봄베크가 남긴 말이다.


2012년에 읽었던, (읽었다고 기억되는) 로빈 샤르마의 '데일리 위즈덤'에 쓰인 이야기다.


그날 이후. 나는 고민했다.

내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다 쓰고 가든 말든 할 텐데

대체 신께서

나에게 주신 재능은 무엇일까?"


그렇게 시작된 고민은

얼마 못 가서 거품처럼

퐁퐁 사라지고

대신 이런 고민이 시작되었다.


"에마 봄베크의 재능은 무엇이었으며

자신의 재능을 누굴 위해 썼을까?"


설마, 모두였을까?!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이웃을 위해 함께 거들고

가족을 위해 양보하고 배려하고.


그러고 보니 봉사와 나눔

그리고 양보와 배려.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재능이 아닌가?!


그렇게 시작된 나의 꿈.

우여곡절의 연속이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뭐가 될지 모르지만

차박차박 한 길로만 걷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아무렴.


비록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데가 많아 보이겠지만

그 모두의 중심은

"같이의 가치"라는 것.


나를 위한 선택은 없었던 어제가

부끄럽지 않으면 됐다.


겁도 없어지고

뻔뻔함도 더 두꺼워지는 것을 보니

나이가 제법

포동포동하게 살이 올랐나 보다.


옳지 않아서 야단치고

잘못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무너뜨린 야속함에 터지는

비명이 잦아진 요즘.


깊이 또박또박 반성하며

내일은 좀 끄집어내야겠다.


나 몰라라 숨어버리려는

배려와 양보라는 재능을.

그래야 나도 신이 부르시면

큰소리치며 따질 수 있을 테니.


"왜 제게는 이렇게

비좁은 속내를 주셨나이까?!

속이 좁아터져서

재능을 주신 줄도 몰랐잖아요!"


반성 반 원망 반 그렇게

여섯 정류장을 걸었다.

그 길에서 만난 나무가

살랑살랑 토닥인다.


"그러게..

우리도 좁아터진 곳에 심어놨네^^

그래도 좁으면 좁은 대로

무늬가 될 거야.

기대되지 않아?

조만간 우리가 어떤 그림이 될지.

너무 따지지 말고

유연하게 흐름을 누려보는 건 어때?

그것도 재능일 거야. "


고가도로 아래에 사는

나무도 있는데

도로 위로 키가 자라면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데

그런 나무도 살고 있는데


"When I stand before God at the end of my life, I would hope that I would not have a single bit of talent left, and could say, 'I used everything you gave me"

/#Erma_Bomb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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