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로

2022.08.26

by 종이소리

목적과 다른 주제를 만났을 때

때로는 느닷없는 그리움에

종종 목적지를 잃곤 한다.


약속 장소에 먼저 와서

오늘 일정에 포함된

목적지 상황을 둘러보느라

창신시장을 들렀다.


떡볶이가게 어르신의 굽은 허리는

여전히 분주했고 이름난 가게들은

유명세에 어울리게

깔끔하게 단장을 했다.


서너 사람이 함께 지나가기에는

여전히 복잡한 시장길.


이 빠듯한 길에

늙은 리어카 한 대가 들어선다.


홍로.. 다.

내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시는

사과, 홍로.


빨간 사과빛에 눈이 데었는지

별안간 물방울이 툭 떨어진다.


코는 또 왜 매콤하게 찢어지는지..


'이놈의 그리움은 참 실답기도 하지.

시도 때도 없이 주책을 떨어대냐고'


고개 들어 애꿎은 하늘을 째려보며

안 그런 척 애써 바람에 눈을 훔치는데

인내를 산산이 거덜 내는 목소리 하나.


"홍로 맛 좀 보소~

빠알간 빛깔만치 맛있는 홍로 사세요~"


아! 어쩌나...

이 길을

완벽한 미소로 지나가긴 틀렸구나!


내 아버지의 늙어진 모습 같은

저 등을 외면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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