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병, La Maladie d'amour

2021.09.28

by 종이소리

가을이라 아침하늘도

단풍이 드는지

불타는 만추도 아니건만

가슴 한가운데 미열이 인다.


한때 FM방송 DJ를 꿈꾸던

여고시절.

방송반 짝꿍 K는

모 방송국 PD가 되어

꽃길 가시밭길을 번갈아 걷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시카고로 날아가버렸고

나는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다

전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며

이 삶도 제 길이 아닌지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

어중이가 된 것일까.


순수의 시절에 꿈꾸던

미래에 도착했지만

목적지가 이주를 한 것인지

이정표를 잘 못 읽은 것인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딘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나날.


수많은 밤을 지새우면서도

잠이 아까워

또 작업에 몰입하던 열정은

또 어느 바닥에 던져 버렸는지

기억이 가뭇하다.


비가 오렸는지

구름에 가려진 아침해가

눈길만 슬쩍 던지고

이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문득.

Michel Sardou의

'사랑의 열병'을 찾아 이어폰을 끼고

나른하게 힘이 빠진 몸을 일으켜 세워

베틀 앞에 앉았다.


아이부터 70세 노인이 되기까지

수 없이 많은

사랑의 열병을 앓아야 하는 것이

생이라고 외치는

미셀 사르두의 노래처럼

하릴없이 다시 앓아야겠다.

열병이라는 그 사랑을.


아직 내게는 두 손이 있고

소명을 말끔하게

책임지며 살고 싶다는 의지는

소멸하지 않았으니.


아침해가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에게 가고 있음을

가르쳐 준 2021년 9월 28일

화요일 오전 6시 22분.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나의 노래 '사랑의 열병'을

곁에 두고 기억하자.


삶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La Maladie d'amour"

사랑의 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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