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리를 떠나며

2018.10.31

by 종이소리

평사리를 떠나며.

있을 때는 몰랐던 이야기들이

떠날 때에는 그리움이 된다.


나무가 기다림이 될까.

내가 나무가 될까.


" 저녁 6시 이후에는

마을에 돌아다니지 마이소.

구미호가 나타났다고

어른신들 놀라 자빠지니까."


마을 이장님이 던진 농이

참 살가웠다.


'소문'이 어떤 폭력인지

깨닫게 해 준 곳.

세상에 존재로 탄생되는

그 순간부터

존재하는 모든 것은

소문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곳.


"고맙습니다.

지혜의 살을 포동포동 찌워 준

은혜의 땅, 평사리!"


평사리를 떠나며. 1

무딤이들판에

가을이 가득하다.


찬란한 황금빛을 열기까지

한 여름 땡볕과 거센 비바람을

몸살 앓듯 이겨 낸 기특한 생명들.


채우고 비우고

비워져야 다시 채워지는

진리의 저 빛.


알알이 누렁누렁한 은혜 앞에

허리를 깊이 숙이게 하는

생명의 땅, 지혜의 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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