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산책

2017.01.09

by 종이소리

옛길따라 옹기종기 돌바위들
겨우겨우 오르시는 우리할매
성큼성큼 젊은날도 보았겠지
사뿐사뿐 소녀적도 보았겠지 아장아장 아기적도 보았겠지

2017.01.07 경남 하동군 적량면에서


굽이진 옛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돌바위들. 그 척박한 길을 겨우겨우 오르시는 우리 할매의 굽은 등 위로 무수한 계절이 스쳐 지나간다.


이 길은 할매의 아름다운 젊은 날을 보았고, 분홍빛 꽃신에 가슴 설레던 사뿐사뿐한 소녀 시절을 보았으며, 세상에 첫발을 떼던 아장아장한 아기 적 모습까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길을 꽁꽁 숨겨두고 싶어졌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아무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되는 마을의 비밀 같은 길.

행여 유명세를 타고 외지인의 발길이 잦아질까 겁이 난다. 사람들의 호기심에 이 소박하고 고결한 풍경이 파괴되고, 넉넉했던 인심마저 야박하게 변해버릴까 봐서.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아름다운 것은 때로,

침묵 속에서만 온전히 지켜지는 법이다.


할매의 전 생애가 켜켜이 쌓인 이 길만큼은 세월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다정한 평화를 간직했으면 좋겠다.


나만 알고 싶은, 그래서 더욱 애틋한 이 길 위로 오늘도 고요한 노을이 내려앉는다.

내 무거운 기도를 안고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