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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지 Apr 03. 2019

9월의 어떤 편지.

180917.

수지, 네 편지가 아름다운 말들로 가득 차서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어.

아름다운 말들이 알알이 맺히는 것 같아.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편지였어. 고민이 많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도 고맙고.


사려깊은 수지,

나도 네가 뭘 하든 너를 응원해. 곧 또 봤으면 좋겠다!




보람, 9월에 들어서서 편지를 좀 더 자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사실 오늘 조금 이유없이 가라앉고 지치는 날이었는데, 답해준 글 보고 많이 위로가 됐어.


나를 떠난 문장은 더 이상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속성의 무언가가 아닌 거라고. 살다보니 또 그게 비단 글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늘 그렇게 여겼어.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충분하다고.


종종 답신을 보내주는 이도 있고, 잘 읽었다고 짧은 안부를 전하는 이도 있고, 마음으로 잘 받고 넣어두는 이들도 있고.

답이 와도 오지 않아도 읽어준 것으로 나는 고맙고 충분하지만, 근래 들어 받은 답신 중에 네 글들이 유독 마음에 깊이 남는 건 분명 그러한 이유가 있을테지. 나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글자들에 아름답다는 이름을 붙여줘서 정말 고마워. 나도 마음이 따뜻해졌어.


뭐든 그걸 행했던 사람보다는 바라보고 가만히 지켜봐주는 사람이 더 오래 구체적인 기억을 간직하는 것 같아. 나는 아무렇지 않게 했던 농담을 누군가는 아주 오래 기억하고 있기도 하고.

편지도 비슷해. 언제나 적은 사람보다는 읽은 사람이 좀 더 많은 따뜻함과 마음을 간직하게 되니까.

네가 내게 그러하듯 나도 네게 그런 사람이었으면 해. 읽으면 따뜻해지고 종종 서랍에서 꺼내 펼쳐보고 싶은 사람. 주는 나보다 받는 너를 생각하며 한참 고른 문장을 적는 사람.


오래 만나지 못해도 네 따뜻함을 곁에 두고 자주 열어볼게. 곧 또 만나자. 고마워, 따뜻한 저녁 보내.




수지, 긴 수필을 선물 받은 것처럼 느껴져.

나도 네가 보내준 글을 서랍에 넣어놓으려고.

오늘은 너의 또다른 부분과 이야기하는 것 같아. 이유없이 가라앉았다고.

나와 마주한 너는 대부분 밝은 모습이었는데, 때때로 생각에 잠겨 왠지 모르게 울적한 때가 있겠지?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말이야. 어쩌면 오늘이 너에게 그런 날이었나봐.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항상 같은 곡선을 그리는 건 아니니까. 때로는 예측할 수 없기도 하고.


자신과 마주하는 게 제일 어려운 일 같아. 우울함과 마주하는 일은 더더욱.

스무여년을 나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난 가끔 내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더라. 계속 묻고 답하면서 조금씩 나를 알아가는 것 아닐까.


아주 어린 겨울에 만났던 우리가 이젠 조금 더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

나는 네 덕분에 따뜻한 저녁을 보냈어. 잘자 수지. 좋은 꿈 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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