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 (28쪽)
라틴어교사로 무채색의 삶을 살아가던 그레고리우스는 불현듯 리스본으로 떠난다. 낯선 여인이 남긴 리스본행 기차표와 책 한 권. 강렬한 끌림으로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의 저자 아마데우 드 프라두를 찾아 떠나는 일탈 같은 여행이다. 그것은 다른 삶에 대한 그레고리우스의 열망이자 건조한 삶의 작은 균열이었다.
'정말 영원히 산다면, 의미가 있는 일이 하나라도 있을까? 우리는 시간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놓치는 것도 없으며, 서두를 필요도 없다.... 현재에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부여하는 것은 죽음이다. 시간은 죽음을 통해서만 살아 있는 시간이 된다. (220쪽)''숨어 있는 실존감, 반대되는 가면을 쓴 채 내 인생을 결정한 부모의 실존감. (409쪽)'
프라두는 언제라도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동맥류를 앓고 있었다. 완벽해 보이는 외면과 달리 그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불안한 실존에 흔들리는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 불치병을 앓던 엄격한 아버지와 자신의 뜻대로 키우려 했던 어머니의 기대로 불안정한 영혼으로 성장했지만, 포르투갈 혁명(1974년) 당시 의사로, 레지스탕스로 살아가며 그의 책, "언어의 연금술사"에 정체성에 대한 혼돈과 번민, 철학적 사유를 녹여낸다. 그레고리우스는 프라두의 인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낯설게 보기 시작한다.
인생은 한 번, 단 한 번 뿐이므로. 네 인생은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너는 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았고, 행복할 때도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인 듯 취급했다.... 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44쪽)
메멘토 모리(죽음의 경고)....
원래 하고 싶었던 일에 의식을 집중하기. 흘러가는 유한한 시간에 대한 자각을 자신의 습관과 기대, 특히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위협에 대항할 힘의 원천으로 삼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라고.... 오랫동안 생각해 온 소원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기. 나중에도 언제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을 고치기.... 오랫동안 꿈꾸어오던 여행하기. 이런 언어들을 배우고, 저런 책들을 읽기.... 좋아하지 않던 직업을 그만두고, 싫어하던 환경을 떠나기. 더 진실해지고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일들을 하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변에 누워 있거나 카페에 앉아 있기.....
네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기억해. 어쩌면 내일일지도 몰라.... (447~448쪽)
살아온 삶과 살아보지 못한 또 다른 삶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죽음이 있기에 현재가 아름다운 것이라며, 단 한 번뿐인 유한한 삶을 지금, 현재를 살아가라 조언한다. 남들이 바라보는 내가 아닌 낯설게 보기를 통한 자기 정체성의 인식. "자기 결정" "삶의 격"을 쓴 철학자 파스칼 메르시어( 피터 비에리 )가 쓴 600여 페이지의 이 소설은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진정한 삶의 성찰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570쪽)
아래 사진은 9년 전에 읽었던 책의 표지, 9년 전 만났던 책으로 위로와 감동을 받았던 나는 9년 뒤 표지가 바뀐 같은 책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