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복종, 에티엔 드 라 보에시」
독재국가에서는 진실을 마음대로 바꾸고, 과거를 되돌려 역사를 다시 쓰고, 사실을 왜곡하고 삭제하며 거짓을 첨가하는 게 합법적이다. 프로파간다가 정보를 대체한다. 그런 국가에서 당신은 권리를 지닌 시민이라기보다는 신민이다. 또한 당신은 광적인 충성과 맹종을 강요하는 국가(그리고 국가를 대표하는 독재자)에 복종해야 한다.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중에서)
계엄이 성공? 했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진실을 왜곡하고 삭제하고 거짓을 첨가하는 게 합법적이라니. 히틀러는 권위에 복종하지 않고 토론과 대화로 해결하려는 유태인을 독재로 억압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범죄를 덮기 위한 내란, 그들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할수록 아찔하다. 양파인 들인 지 까도 까도 범죄가 나오고, 고구마처럼 공범들이 딸려 나온다. 전 국민이 반 클리프 아펠, 바쉐론 콘스탄틴 브랜드를 알아야 하고, 종교인과 정치인들이 그들의 협조자 혹은 비호세력이었다니 참담하다. 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민주주의를 우리가 방기 했다.
라 보에티가 주목하는 것은 소수의 독재자가 아니다. 무비판적으로 독재에 맹종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인간들이다. 독재자를 추종하고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부역자들. 그리고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저항하지 않는 국민들이 독재자의 힘을 키운다고 말한다. 예전 광고카피처럼 모두 다 예를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주변에 탈 것이 없는 화염이 사그라드는 것처럼 비정상적인 권력을 무화시키기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떠한 자아상과 검열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는 원래 타인의 것을 본뜨거나 교육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이것은 외부 권위의 강제 규정이 내면화된 것인데 이 권위는 그 힘이 매우 강력하고 비유동적이다.(페터 비에리, 삶의 격, 87쪽)
야생성을 가진 말을 가축화한 것처럼 인간도 습관과 교육에 의해 관습에 순응한다. 독재자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책과 학문을 통해 개개인이 자아에 대해 인식하고 깨어있는 것이다. 페르시아 제국의 건설자 키로스가 사창가, 술집, 도박장, 검투사의 싸움 등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돌렸던 것처럼 위정자가 여론조작을 통해 우리의 시선을 돌려왔다. 그 틈을 타서 비선실세를 통해 국정을 농단했고 그들만의 국가가 되었다.
만약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이 유일한 한 사람에 의하여 고통을 당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이 저항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저항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17쪽)
자유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다만 우연히 수동작으로 일으키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24쪽) 선량한 국민들이 눈과 귀를 닫고 무관심한 틈을 타 소수의 위정자들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다. 나부터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고 자유에 무감했기에 라 보에티의 말처럼 저항을 원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견제가 없을 때 국가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목격하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 안의 자유의지를 인식하고 독재에 저항하며 진실을 밝히려 해서 다행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스 사람들은 하찮은 말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자유를 건드리는 것을 조금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52쪽) 바다를 완전히 덮은 페르시아 함선에 대해 그렇게 많은 페르시아 육군병력에 대해 저항할 용기와 힘을 준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불가사의한 결과는 단순히 페르시아에 대한 그리스의 승리가 아니라, 굴종과 비열한 약탈에 대항하는 그리스인들의 자유의 승리 그리고 권력욕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의지에서 비롯한 것이다.(22쪽)
그리스인들이 수호하려던 자유정신을 통해 현재 우리가 무엇을 잊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경종을 울린다. 16세기의 18세 에티엔 드 라 보에시가 독재를 어둠으로 표현하며 밤 동안 태어난 사람은 빛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리워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빛을 알기에 빛을 희망한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노랫말이 계속 맴돈다. 시대적 물음을 통해 함께 고민해 보기에 적절하다. 눈에 보이는 폭력은 알기 쉽지만 은밀하게 작용하는 폭력은 알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억압에 얼마나 길들여져 있는지, 얼마나 무감각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특검을 통해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고비고비마다 국민이 살려주는 나라, 일 잘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이하 국회의원들, 요새 뉴스 볼 맛이 난다. 인수위도 종이 한 장도 없는 곳에서 한 달 여만에 나라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함정을 파놓고 협상의 키를 쥐려던 클링턴은 우리 대통령의 협상력에 놀라고 감탄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스스로 서고 결정할 수 있는 존재다. 통제된 소망과 감정을 의식화할 수 있다. 타자로부터 물려받은 자아상의 윤곽을 파악하고 개관하며 검토하여 새로 하나하나 짜나가는 것, 새로운 존엄성이 있다. (페터 비에리, 삶의 격, 88쪽)
#자발적 복종_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이것이 인간인가_프레모레비 #삶의 격_ 피터비에리 #일 잘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원 #북샵라벤더 #경주그림책서점 #경주독립서점 #bookshoplavender #서평이 이다지도 비장할 일인가 #국민이 살리는 나라 #위대한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