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던진 말의 파급력
퇴근 후에 빠지지 않고
매일 하는 루틴이 있다.
그것도 겨울에만 허락되는,
아주 계절적인 루틴.
바로 집 앞 붕어빵 마차에서
붕어빵을 사 먹는 일이다.
독감으로
체력도 의욕도 바닥이 났을 때도
붕어빵을 사 먹겠다는 의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옆 동네는 붕어빵을 사 먹고 싶어도 잘 없다던데,
우리 동네는 한 블록만 건너도 쉽게 눈에 띈다.
학원 수업 마치고 친구들과 모여든 아이들,
반려동물 산책을 하다 기다리는 이웃들,
나처럼 퇴근길 간식 삼아 사 먹는 직장인들.
붕어빵 마차 앞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며칠 전,
아무 생각 없이 아들에게
"방학 때 붕어빵 팔아볼래?
사람들 줄 서서 먹더라.
엄마가 매일 팔아줄게"
"그럴까?"
그냥 하는 대답인 줄 알았다.
나도
그냥 툭 던진 말이었다.
내일 아들이 집에 온다.
시험이 끝났고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기숙사에 있는 짐을 가지러 가야 해서 톡을 하는데
아들이
"엄마! 저 붕어빵 해보려고요..."
"음? 붕어빵? 왜?"
"엄마가 해보라며?"
"아니, 그냥 해본 말이지!"
그런데 이야기는 이미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교차로에 전화해 보고 붕어빵 체인점 담당자와도 통화를 했단다.
동네 주민세터 앞 카페에서 자리를 빌리기로 했고
월세는 한 달에 30만 원,
위치도 상세히 알려줬다.
"거기 유동인구 별로 없는데?
또 보는 거랑 달라서 힘들어. 날도 춥고..
하려면 연습도 해야 되는데..
3개 2천 원인데 하루에 몇 개를 팔아야 되겠니?"
나의 이런 걱정과 조언을
아들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것도 경험이에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면서요..."
미치겠다, 정말.
내 아들이지만
나랑 비슷한 성격인 건 알았지만
이것까지 나를 닮을 줄은 몰랐다.
바로 옆 지기한테 전화를 했더니 태평하게 말한다.
"그냥 둬봐
알아서 하겠지"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말하면 뭐 하겠냐만,
아들 고생도 고생이지만 내 고생이 훤히 보인다.
추운 겨울날
아들이 붕어빵을 굽고 있는데
어느 엄마가 집에서
따뜻한 밥 먹으며 숏츠를 보면서
냥이랑 놀고 있겠냐고!
아들의 결심이 바뀌길 기도하며 또 기도한다.
아들의 도전이
나의 도전이 아니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