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봄이다.
피고 지는 꽃도 바쁘고, 그 꽃 따라 이리저리 나는 벌도 바쁘다. 이른 봄의 주인은 들풀, 들꽃들이다.
어엿한 이름이 있는 밭뚝외풀, 선개불알풀은 땅에 밀착해 겨우 몸을 일으켰다 싶은데, 거기서 글쎄 꽃을 피웠다. 무너진 담벼락 아래, 초라한 돌담 밑에서 작은 꽃들은 화사해지리라고 다짐하는 모양이다. 묵은 고춧대 사이에서는 더 활짝 웃고, 길가에서 발에 밟혀도 피어난다.
들판은 생명의 꿈틀거림으로 소란하다. 이 봄, 움트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고. 마냥 신기해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던 때도 지났다. 땅속의 소란이 궁금하다. 걸음마 단계의 농부를 벗어났지만, 말문을 더 트고 이것저것 더 배워야 하는 시간이다.
마음이 소금밭일 때 자연에서 겨우 위안을 받는다.
식물계의 가수, 소리쟁이들의 봄
소리쟁이는 참으로 씩씩하다. 얼마 전 움트는가 싶더니 벌써 청년처럼 푸르다. 소리쟁이는 식물계의 가수라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는데 그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다. 소리쟁이는 사그락사그락, 하는 소리를 낸단다. 바람이 불 때 흔들리면서 씨앗 대가 서로 부딪쳐 나는 소리를 옛적 어느 귀 밝은 농부가 들었던 모양이다.
소리쟁이는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종자가 땅에 떨어지자마자 뿌리를 내린다고 할 정도다. 뿌리도 깊고, 뿌리줄기가 잘려나가도 10cm만 있으면 새로 나온다. 어쩌다 소나 새가 먹어도 종자는 살아남는다. 식용이나 사료로 쓸 수 없는데 수산이 많아서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같은 이른 봄에는 어린 소리쟁이 잎을 시금치처럼 나물이나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한단다.
소리쟁이 씨앗은 땅속에서 20~25년, 조건이 괜찮으면 80년 가까이 살아 있을 수 있다고. 물속에서도 3년 정도 거뜬하게 버틴다. 자라는데도 선수라서 움트는가 싶으면 벌써 땅 위로 수북하게 돋아나고 어른 손바닥만큼 커진다.
요 며칠 농장을 오가며 논둑이며 길가에 다보록한 소리쟁이를 보며, 움움, 움움! 하며 자라는 소리를 들었다면 나도 귀 밝은 농부가 되고픈 바람이다.
목초지나, 밭농사를 하는 농부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분명할 소리쟁이지만 그래도 생명은 사람들의 잣대와 상관없이 경이롭다.
움움, 움트는 생명과 또 그것을 경작하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쟁투도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