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도? 토마토!
도마도? 토마토!
“지금 도마도 나와요?” 요즘 이런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봄이라서 토마토 생각이 나는 어르신이 전화하는 거다. “지금 토마토는 잘 자라고 있고요. 5월 초에 나와요”하고 대답을 한다.
도마도는 발음 때문인지 뭉근하고 정다운 느낌이다. 도마도는 납작납작 썰어서 찬합에 가지런히 넣고 설탕을 듬뿍 뿌려 재웠다가 냉장고에 두었다가 먹으면 제맛이었다. 설탕 도마도를 다 먹고 나면 찬합에 자작하게 남는 국물은 세상 달고 새콤했었다.
지금이야 마트나 시장에서 사시사철 토마토를 살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예전에는 그리 흔하지 않은 것이었다. 외래어인 토마토라는 이름도 친근하지 않았다. 그래서 도마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토마토라는 이름 때문에 현대에 들어 먹기 시작한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 전래된 지 오래다. 1613년에 간행된 <지붕유설>에 남만시로 소개되어 있다니 400년이 넘는다. 남만시는 남쪽에서 온 감이라는 뜻이다. 생김새가 감과 비슷해서 일년감으로 불렀다. 지금도 토마토를 땅감으로 부르는 지역도 있다.
2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토마토는 노랑, 초록, 빨강으로 변신한다. 토마토는 싹이 나고 잎이 8~9매 나오면 생장점에서 화아(花芽)가 생긴다. 화아라는 단어가 좀 생소하지만 자라서 꽃이 될 눈이라는 뜻이다. 꽃대로 부르면 될 듯하다. 꽃대는 몽글몽글한 꽃망울이 조금씩 자라며 벙글다가 벼꽃 모양의 노란꽃이 피어난다. 토마토 꽃은 수술과 암술의 기관이 함께 있는 양성화이다.
첫 꽃대에서 대여섯 개 꽃이 피고 그 위에 잎 세 개가 자란다. 거기서 또 꽃대가 나오고 꽃이 피고, 세 잎이 자라고 또 꽃대가 생기고 꽃이 피기를 계속한다. 해마다 보는데도 노란 별 모양의 첫 꽃이 피는 것도, 콩알보다 작은 초록색 첫 열매도 마주하면 신기하고도 설렌다.
첫 번째 꽃대에 꽃이 피고 두 번째 꽃대에서도 꽃이 보이기 시작하면 수정벌도 바빠지기 시작한다. 아침에 농장에 가서 하우스 문을 열자마자 벌써 윙윙 날아다니며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도 서둘러 커피를 마시고 함께 일한다. 농장은 이때가 참 좋다. 밖의 날씨는 쌀쌀하지만 하우스 안은 따끈따끈하고 환하다. '무럭무럭'이라는 단어가 의태어라는 것을 실감한다.
농장의 2월은 어린 모종이 뿌리를 내리고 노란색 꽃 하나를 조심스럽게 피우는 시간이고 3월은 노란색 꽃이 늘어나는 시간이다. 여기저기 노란 꽃 또 여기저기 초록 열매들이 생겨난다. 그러다가 4월이 되면 빨강이 되어간다. 빨간 토마토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온갖 붉은 빛이 감돌다가 마침내 마침표를 찍듯 빨간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