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것들 : 퓨리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잔인하다.

by Wenza

역사란 지나간 일을 기록된 모든 사건들을 현재의 다양한 관점들을 통해 재해석한 것이다. 과거를 다룬 미디어가 갖고 있는 논쟁적 성격은 많은 이들의 생각을 확장 또는 왜곡한다. 많은 미디어 중에 영화는 과거의 영광이나 실수를 다시 한번 현재에 회생하는 좋은 매체이다. 특히 전쟁 영화는 인류의 잔인성뿐만 아니라, 전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인류가 평화를 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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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드러 서고 한없이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었던 인류는 점점 발전적이고 진화할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었다. 인류의 계몽과 과학의 발전은 인류가 모든 것의 정점에 선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인간 중심적인 문화는 자연과 신을 밀어내었고, 특히 유럽의 종교적 합리성을 담당해왔던 가톨릭은 독일 나치의 힘을 실어주기까지 한다. 순수하고 선한 인간성의 확장, 더욱더 발전적이고 진화할 수 있다는 희망은 권력과 잘 버무려져 세계대전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영화 <퓨리>는 두 번째 세계대전에서 독일 땅에서 격전 중이었던 한 탱크의 이름을 따왔다. 오랜 시간 죽지 않고, 버텨왔던 퓨리 탱크 부대원들은 독일에 와서야 전우 한 명을 잃게 된다. 그리고 신참 노먼이 퓨리에 승차하게 된다. 노먼은 전쟁이라는 끝없는 수레바퀴를 돌고 있는 부대원들에게 말한다. "이건 옳지 못한 일"이라며. 독일군을 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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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아군 한 명은 죽었고, 노먼은 정체되었다. 전쟁과 서로 살상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이라는 갈등으로 인해 아군은 살해당한다. 영화 <퓨리> 속에서 마치 독일군을 포함한 모든 군인들 마음속에 양심이 없는 듯 보인다. 마음속의 옳고 그름은 의미 없어 보였다. 적어도 노먼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전쟁의 참상 속에서 생기는 삶에 대한 욕구는 결국 처음에 말했던 "옳고 그름"이라는 기준은 사라진다.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잔인하다. 퓨리의 탱크장 워 대디의 말이다. 전쟁의 참상 속에서 옳고 그름은 사치에 불과하다. 영화 속 모든 이들은 전쟁의 시작을 원하지 않았다. 심지어 잔인해 보이고, 무자비해 보인 워 대디가 성경의 말씀을 외우고 있던 모습을 보면 그조차도 전쟁 전에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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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상에 쫓겨 눈 앞에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 그리고 믿었던 이상은 어느 순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제 종교가 말하는 천국, 그 '이상'의 나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허상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당장 눈 앞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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