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하다는 건 : 화장

덤덤하다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by Wenza

가끔 영화를 볼 때,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이 다가온다.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쩌면 경험의 부재, 성숙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나는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라는 소설을 읽었다. 어릴 때 나는 소설 속 아버지의 모습이 한없이 불쌍했지만, 그의 외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해 없이 읽었던 것 같다.



영화《화장》은 사회적으로 자리 잡은 중산층의 중년이 겪는 인생의 덤덤함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죽음으로부터 시작해 죽음으로 끝맺는다. 오상무는 한 화장품 회사의 잘 나가는 직원이지만, 그의 삶은 낮에는 회사 업무와 밤에는 아내를 간호하는 일상이었다. 회사에 젊은 여인인 추 대리가 오게 되고, 오상무는 추 대리에게 눈을 빼앗기게 된다.


영화 속에서 붉은 계열의 색은 성적 욕망을 의미하곤 한다. 추 대리의 붉은 옷이 후에는 안성기에게도 넘어온다.

'불혹'이라는 표현이 있다. 불혹이라는 표현은 "어느 것에도 유혹받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불혹의 이면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즉 흥미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네 사회에서 중년의 위치는 무엇을 의미할까? 최근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가 많은 이들의 공감과 관심을 받고 있다. 매번 젊은이들의 사랑놀이와 하소연이었던 드라마였는데, 어른들. 중년의 삶을 그려내는 드라마이기에. 또한 대사 속의 깊이는 대사의 깊이가 아닌 배우의 깊이로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무채색의 옷이 아닌 붉은 계열의 옷을 입은 오상무의 모습

젊은이가 늙은이에게 불혹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인생사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환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년이 되어서, 어쩌면 모든 것을 경험했다고 느껴지는 현재에서 느껴지는 사랑과 욕망은 젊을 때와는 다르게 가볍지 않다.



영화는 오상무의 슬픔과 딸의 슬픔의 대비해서 보여주고 있다.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남편의 모습과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딸의 슬픔을. 우리는 사랑하는 이가 죽음에 이르면, 딸의 모습처럼 오열하며 슬퍼한다. 그러나 오상무는 아무 말없이 그녀의 죽음과 그녀의 유언에 대해서 준비한다.



덤덤하기에, 너무나 잔인하다. 우리네 인생살이는 살면 살수록 덤덤해질 수밖에 없는 걸까? 경험함은 덤덤하게 하고, 덤덤함은 잔인하게 된다. 심지어 마음속의 타오르는 사랑까지도 식혀버리는 덤덤함. 그 덤덤함의 이면에는 상무와 아버지라는 슈퍼에고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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