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자위행위 : HER

by Wenza

본 영화는 인공지능이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정확히 말해서 상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람의 교감을 그리는 영화다. 본인은 보면서 쟝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개념을 떠오르더라. 최근에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으로 인해 더더욱 수면 위에 오른 '인공지능'에 대한 걱정과 윤리적 차원에 대한 고민도 만연하다. 아마 이런 불안은 타인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에서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가 등장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movie_image (5).jpg


우리는 어떠한 매체를 경험할 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에는 나에게 가장 맞는 해석을 찾아 생각하거나 기록하곤 한다.


무엇일까? 이 사랑은


테오도르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왔던 아내 캐서린과 결별하고 이혼 과정 중이다. 아내와의 트러블로 인해 상처가 깊은 그는 공허함을 성욕으로 풀어보기도 하고, 소개받는다. 어느정도 나이가 차면 타인과의 교감에 있어서 이별을 예상하기 마련. 그 역시 또 다른 상처가 두려워 관계를 연장하지 못한다.


movie_image (2).jpg


그는 남의 편지를 대신 기록해 보내는 대필자이다. 즉 타인의 감정을 자기화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다. 테오도르는 대필에 있어서 큰 재능을 갖고 있고, 타인보다 더 타인답게 모방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운영체제 OS1 사만다와 테오도르는 무척이나 비슷한 존재로서 묘사된다.


os1-12.gif 운영체제 OS1 사만다


운영체제 OS1 사만다도 인류를 모방하는 존재이다. 인류를 모방함으로써 더욱 인간다움을 표현한다. 그녀에게는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 고민, 더 나아가 사생활이 존재한다. 어쩌면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자신을 투영하는 존재이지 않을까?


아마 테오도르는 처음에는 인공지능 OS1에 대해서 교감하는 존재라기 보다, 욕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상처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운영체계인 사만다에게 호감을 느낀다. 테오도르는 그녀를 만나고 함께함으로써 살아있음을 체감한다. 그와 그녀의 연결고리는 '공감'이었다. 연인 사이가 된 인간 테오도르와 운영체계 사만사는 함께 데이트도 즐기며, 인간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연애를 한다. 운영체계인 그녀는 그의 안에 자리잡게 된다. 서로를 모방하는 행위는 둘을 하나로 만든다. 결국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형이상학적 섹스를 통해 둘은 하나가 된다.

movie_image.jpg 사만다와 해변을 걷는 테오도르


영화를 보면 우스꽝스런 장면들이 있는데, 마냥 웃기만 할 수 있지는 않다. 모든 인간들이 OS1과의 관계를 맺고, 이어폰을 끼고 혼자 대화하는 모습이다. 마치 자기 자신과의 대화하듯이 말이다. 이는 나르시시즘을 연상하게 한다.

movie_image (4).jpg


자기애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높은 자존감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기애는 부정적인 표현으로써 타인을 통해서 혹은 사물, 환경 등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행위다. 이는 자신의 결핍을 자신 외의 조건들을 통해 채우는 태도이다. 즉, 자기애는 사랑이 아니라 욕망이다.

테오도르는 자기애자이다. 타인과의 상처와 관계에 대한 두려움에 스스로를 자기 자신 안으로 가두어 결국 자신을 욕망할 뿐. 성스러운 자위행위에 불과하다. 본인이 자위행위에 성스럽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하자 함이요, 둘째는 자기애의 대상이 사라짐으로써 스스로를 직시하는 테오도르의 존재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movie_image (3).jpg


테오도르처럼 우리도 자기애의 욕망에 빠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보다 스펙을 더 가치를 두고,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사랑과 인간관계. 안정화를 위한 도구로써의 타인, 부모의 기대에 희생되는 자녀들. 자신의 필요에 의해 자신 외의 것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저변에는 스스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지 때문이 아닐까?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행복은 아픔과 함께 존재할 때 빛이 날 것이다.

자기애의 대상이 사라질 때, 그 때, 진정한 하와를 만나지 않을까?


movie_image (1).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