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 흔히 우리가 정체되어 있는 순간을 말하는 표현입니다. 저는 지금 글도 써지질 않고, 사고 회로가 중단된 것 같습니다. 영화도 안 보이고, 그림은 오래전부터 못 그리고 있습니다. 현재 생계만 유지하려고 일만 반복적으로 하고 있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감정노동, 저는 감정노동이 뭔지 알게 해주는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친절해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곳에서 문화나 예술에서 소비되었던 제 감정들은 일터에서 소비됩니다. 뭐든지 소진되는 것이 있으면, 충족돼야 하는 것이 있는 게 인지상정이죠. 그러나 항상 소진과 충족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푸념을 써둘 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적어둡니다. 어떤 이는 침묵이 주는 충족을 말합니다. 그러나 침묵이 주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주는 무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침묵 그 자체가 제게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는 거겠죠. 잠시 동안의 멈춰있음이 제게 다른 길을 보여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도 하지만,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제 모습과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 한 없이 불안합니다.
시간은 흐르고, 세포들을 죽어가는데 나는 정말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일까요? 이 글을 마치면, 저는 다시 감정을 소비하러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