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의 일이다.
주식 및 경제 관련 정보를 주로 다루는 방송국에서 구성작가를 시작했다.
원래부터 숫자랑은 사이가 좋지 못한 데다가 거의 사회 초년생이었기 때문에 증권이니 주식이니 하는 것에는 문외한이었던 내게 방송국 선배들은
"그래도 주식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작가인데 배운다는 의미로 주식을 소량이라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했고 나는 기업의 네임드에 비해 저평가된 금액이라는 생각에 그 당시 980원쯤... 그러니까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모 기업의 주식을 사게 되었다. 그러나 워낙에 주식엔 관심이 없었고 얼마 후 그 방송국을 그만두게 되면서 내가 구매했던 저평가 주식 30주는 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이따금씩 버스를 타고 가다 창 밖으로 내가 주식을 보유한 그 기업의 로고를 보거나 그 기업의 본사 앞을 지나갈 때면
"와! 그래도 저 회사 망하지 않고 오래가는구나...."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곤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소량이었고 워낙에 주식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묵혀두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겠지 하는 마음이 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문득 버스를 타고 시내를 지나는데 그 기업의 로고가 보이는 거다.
'그렇지! 내가 예전에 저 기업 주식을 샀었지!'
갑자기 이런 생각에 이르자 나의 뇌는 갑자기 어울리지도 않는 계산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주식을 샀을 때 코스피지수가 약 900 대.... 시간이 지나 내가 보유한 기업의 주식 가격이 문득 궁금해진 그 시점의 코스피가 약 1300 대.... 내 기억에 980원쯤 주고 산 나의 주식은 다시 검색을 해보니 무려 15배가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오 마이 갓김치!
나는 당장 증권사 객장을 방문했다. 나는 흥분을 억지로 누르며 차분한척 말을 이어 갔다.
"주식 통장은 어디 있는지 잃어버렸어요. 제가 보유한 주식 확인 좀 하려고 하는데요!"
내 생애에도 꽁돈이 생기는구나! 평생을 딱 일한 만큼, 딱 수고한 만큼의 결과에 만족하며 살았던 운도 지지리 없던 내 삶에 15배의 불노소득이라니! 꿈만 같았다.
그런데....
"고객님이 사셨던 기업은 이미 상폐 됐는데요... 통장 잔고가 000원이세요."
"네에???"
난 이미 그 기업의 주식을 샀다가 팔고 이름도 모르는 기업의 싸구려 주식을 아무 생각 없이 재구매했었던 거였다. 역시나 기억은 믿을 게 못되고 나는 속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순간이다.
난 그 이후로 주식이 되었든 기타 재테크가 되었던 들인 공에 비해 많은 대가가 주어진다는 것들을 믿지 않는다. 아마도 내 평생에 요행은 없으리란 날카로운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편 복이라는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