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결정적이지 않음.
'빌어먹을 이 세상을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건 미키와 같이 벼랑 끝에 몰려 밟히고 밟혀도 끊질기게 일어서는 잡초 같은 인생들이다.'
라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본 미키 17은....
봉준호다! 지금까지 내가 본 붕준호 감독의 영화는 나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적어도 내가 본 영화들 중에서는...) 거기에 무려 할리우드의 자본이라니.... 지인과 같이 보려고 했지만 결국 못 기다리고 먼저 봤다. 나중에 지인이 보자고 하면 봤다고 해야 하나? 암말 없이 또 봐야 하나? 생각 중이다.
우선 이목을 끈 건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모두 너무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기깔 나게 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배우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독재자(혹은 교주?) 마샬은 정말이지 너무 얄밉고 찌질해서 러팔로를 마샬에게 주는 게 너무 아까울 정도였다. 악역이 처음이었다고 하는 데 이번을 계기로 마크 러팔로에게 악역 깨나 들어오겠구나 싶었다.
미키로 분한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는 기존에 많은 매체나 평론에서 얘기한 것처럼 미키 17과 미키 18의 상반된 캐릭터를 보는 이들이 혼란해하지 않을 만큼 다르게 훌륭히 소화했기 때문에 더 할 말이 없다.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질문이었던 건, 두 가지이다.
먼저, 멀티플... 즉, 두 명 이상의 익스펜더블이 왜 존재하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는지였다. 영화에서는 미키 17이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을 만드는데 미키가 두 명이 되면 두 명 다 완전히 삭제를 당한다 영구 소멸... 즉 사형이다. 다시 살아날 수 없다. 그래서 미키 18은 미키 17을 발견하곤 처음엔 죽이려 든다. 멀티플이 되었다는 걸 들키는 날엔 사형이니까... 이때 죽임 당하지 않으려고 용을 쓰는 미키 17에게 18이 묻는다. "넌 죽는 게 일인데 죽는 게 무서워?" 이 상황에 나라면 어떤 대사를 썼을까? 많이 고민했을 테지만 봉준호 감독은 이 첫 번째 난제를 매끄럽게 대처한다. '역시...' 속으로 한마디 했다. (내용은 영화로... 보시라.) 그리고 예의 그 멀티플이 왜 불법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또한 그럴듯했다. 이 부분이 원작에 있는지 봉준호 감독이 덧붙인 건지... 궁금하다.
또 하나의 질문은 미키의 신체 정보와 모든 기억을 다시 주입하여 프린트한다고 해도 미키 1이 죽고 난 후 미키 2부터를 미키라고 볼 수 있나? 리고 하는 건데.... 생각해 보니 그것까지 해결하려면 애초에 영화로 만들어지는 건 포기해야 하는 설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부분은 '영화니까...'라는 널찍한 맘으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한편 재미있었던 포인트는 '크리퍼'라고 하는 외계생물에 대한 건데... 얘네들 생긴 거 답지 않게 너무 귀엽다. 심지어 봉준호 감독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른바 '삑사리' 부분을 이번 영화에선 얘네들이 맡았다. 마마크리퍼 수고했어!!!
이 영화에서 정말 갖은 수모와 고초를 겪는 건 역시나 미키 17이다. 기존 미키가 죽을 고비에 그냥 죽었다면 미키 17은 죽을 고비를 '넘긴다.' 어쩌면 죽을 고비에 죽는 게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보다 덜 고통스러울 수 있다. 죽음의 공포를 그대로 기억하면서 죽음이 예고되어 있는 고통스러운 삶을 한번 더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죽어가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문명을 이루고자 찾아온 미지의 행성 니플하임에서 미키는 미지의 행성이 가진 토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고통을 거듭하면서 결국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 수 있게 자신의 목숨을 여러 번 희생한 영웅이다. 하지만 지도자 마샬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미키를 그저 소모품으로 취급할 뿐이다. 하지만 미키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 사랑하는 나샤만 곁에 있다면 미키는 행복하다. 죽어도 또 살아날 목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아는 사람이다. 여기서 나는 지금을 사는 서민의 모습을 떠올려 봤다. 아무도 '엄지 척'해주지 않지만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면서 그 고된 노동의 고통을 사랑이란 약으로 치유하고 누군가가 베풀어준 선의를 저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평범한 우리'가 바로 이 사회를 공고히 버티게 하는 힘이지 않을까? 미키에게서 잡초를 읽는다.
결국 미키는 미키반스라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본 지인이 "영화를 보는 동안 시간 순삭"이라고 했는데 역시나 그랬다. "벌써 끝난다고?" 러닝타임이 140분에 가까운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을 찾자면 물론 있다. 그래서 질문도 있다. 혹여나 나중에 나중에 만약 봉준호 감독을 만나다면 물어봐야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아직..... 같이 보기로 한 지인과 이영화를 다시 볼지는 결정을 못했다.